[이슈분석]광주서 시작된 '상생형 지역일자리' 전국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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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일자리 확충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고용 상황은 조금 개선됐으나 40대 취업자 감소폭은 오히려 확대됐다. 특히 청년층 체감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제조업과 고용절벽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광주형 일자리'를 꼽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해 '노사 상생형 일자리'를 창출하는 광주형 일자리가 악화일로인 고용 사정을 타개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다른 지자체의 관심이 높다.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를 모델로 삼은 '상생형 지역 일자리' 확산에 나섰다. 광주에서 촉발된 상생형 지역 일자리의 추진과정과 기대 효과, 극복해야할 점을 살펴본다.

◇'광주형 일자리' 합작법인 하반기 착공

지난 1월 말 광주시와 현대자동차는 '광주형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완성차 합작법인 설립에 전격 합의했다. 4년 7개월 만에 첫 발을 내디딘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이 합의해 자동차 업계 평균보다 임금은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문화·복지를 지원해 낮은 임금을 보전해주는 형태다.

광주형 일자리가 천신만고 끝에 협상이 타결되자 노사 상생의 사회통합형 첫 모델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일자리는 기업만이 만든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노사민정 모든 경제주체가 타협해 일자리 창출에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이 새로 정립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특히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한국 경제가 직면한 저성장, 양극화 등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광주시는 합작법인의 완성차 생산공장은 빛그린산업단지 62만여㎡(약 19만평) 부지에 10만대 규모로 건설할 예정이다. 2021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연간 생산능력 10만대를 갖춘다. 1000여명을 직접 고용하고 향후 부품공장 추가 유치, 관련기업 간접 고용효과까지 추산하면 약 1만명 고용창출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시는 상반기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하반기에는 공장을 착공하기로 하는 등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주간사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투자 유치에 나섰다. 주요 투자자인 현대차와의 원활한 소통 및 상시 업무협조를 위해 서울에 거점 사무실도 마련했다.

최근 광주은행이 합작법인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시는 잠재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편지발송과 개별방문 등 다양하게 접촉하고 있다.

◇정부, 상생형 지역일자리 확산

광주형 일자리가 가시화되면서 정부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광주형 일자리가 제조업 르네상스, 제조업 혁신정책의 중요한 활로가 될 것으로 보고 전국 확산에 나섰다. 이름을 '상생형 지역 일자리'로 바꿨으며 상반기 중으로 타 지자체 2~3곳에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상생형 지역일자리의 지원 체계는 상향식이다. 중앙에서 일자리 창출 모델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사업 계획을 마련해 신청하면 민관합동 심의를 거쳐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상생형 일자리의 유형은 상생협약 내용에 따라 '임금 협력형'과 '투자 촉진형'으로 나뉜다. 임금 협력형은 광주형 일자리와 같이 대기업의 신규 투자를 바탕으로 한다. 지속가능한 고용을 위해 노조가 적정임금을 수용하는 대신 대기업의 안정적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다.

투자촉진형은 산업위기 지역 중소·중견기업 신규 투자와 고용을 전제로 한다. 중소·중견기업이 투자를 서두르고 일자리 창출에 나서면 정부는 입지지원과 설비고도화를 위한 재정·금융을 지원하는 형태다. 노조는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훈련을 받는 등 생산성 향상에 협력해야 한다.

정부는 지자체와 공동으로 노사가 상생협약을 이행하는 해당 기업과 노동자에 대대적인 패키지 지원을 한다. 기업에는 정부가 지방투자촉진 보조금 한도를 현행 10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확대하고, 국유지를 최장 50년 동안 싸게 임대한다. 지자체는 5년간 부동산 취득세 50% 이상, 재산세 75% 이상 감면해 주고 공유지를 제공하고 투자보조금을 지급한다.

노조에는 직장어린이집 설치비를 주고 직업계고와 전문대 상생형 기업 맞춤형 교육도 실시한다. 또 3년간 산업단지 기숙사 통근버스를 지원하고 지자체와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추가로 제공한다. 행복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 공모사업도 실시하고 지방 산업단지에 문화·복지·편의시설을 갖춘 복합문화센터도 확충한다.

정부는 지원 시스템을 제도화하기 위해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조속히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달 강원 지역을 시작으로 5개 권역에서 순차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노사민정 논의단계에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해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여건에 맞는 상생협력 모델을 스스로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 상생형 일자리 도입 경쟁

지자체들도 광주에 이어 제 2, 3의 상생형 일자리 도입에 나서고 있다. 현재는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고용·산업위기 지역이 유력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전북 군산과 경북 구미, 대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중 조선·자동차산업 위기로 고용상황이 악화된 전북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북은 이달 말까지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활용한 '군산형 일자리 모델'을 개발하고 지역 실정에 맞는 참여기업 유치계획과 정책 인센티브 패키지안을 내놓기로 했다. 군산 이외 다른 곳에서도 노사민정 상생협약을 통한 일자리 모델 개발을 모색하기로 했다. 민간단체 대표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다.

경남에서는 창원시가 수소 분야를 중심으로, 김해시는 축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고성군과 조선, 밀양시와 기계, 사천시와 항공 사업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경북도는 구미형 일자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 광주형과는 달리 임금을 조절하기보다는 교육·문화·교통 등 정주 여건 제공과 행정서비스 강화, 시민사회의 기업유치에 대한 공감 분위기 조성이 주된 관심사다.

경남도는 장기적으로 경남발전연구원과 '경남형(상생형) 일자리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전략을 수립하고 연구에 착수했다.

강원도는 횡성 우천산업단지에 추진 중인 e모빌리티 사업을 강원도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고용노동부 노사발전재단은 '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 사업' 대상지로 경주시·익산시·충주시·울산시·구미시·전남도·군산시 등 7곳을 선정해 2억원을 지원하는 등 상생형 일자리 전파에 주력하고 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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