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전쟁"...한정된 물량에, 허수 계약자 늘고...車업계 '영업 타격'

전기차 보조금을 확보하기 위해 한 사람이 여러 대의 차를 계약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자동차 업계가 차량 판매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보조금 지급대상 차량은 한정돼 있는데 중복 계약자가 늘면서 실제 수요와 거리가 먼 허수 물량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공기업·공공기관은 국가정책에 따라 업무용 전기차를 구매해야하지만, 살 수 있는 차가 없어 정책을 어겨야 하는 상황에까지 처했다.

17일 조달청에 따르면 '나라장터'에 등록된 전기차가 '0'건으로 확인됐다. 현대·기아차를 포함해 한국지엠, 르노삼성의 일반 내연기관차 다수가 나라장터를 통해 공공분야에 판매하고 있지만, 전기차는 전무하다.

업계는 올해 국내 배정된 전기차 물량이 사전 계약 물량으로 모두 채워져 조달청(나라장터)에 등록조차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달청에 등록하면, 주문 접수 후 60일 이내 해당 차량을 인도해야 한다. 하지만 차량 제때 공급을 장담할 수 없어 등록 자체를 망설이고 있다. 조달청 계약에 따라 차량 인도일이 60일을 넘기면 하루 단위로 차량 가격의 1/1000에서 최대 3/1000의 지체보상금을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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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다수의 지자체와 공기관에서 전기차 의무 구매를 위해 조달청 등록 요청이 쇄도하고 있지만, 차량을 제때 인도하지 못하면 지체유보금을 물어야하기 때문에 등록을 못하고 있다”며 “중복 계약자는 전체 사전 계약자 중에 최소 30~40%이며 이들 수요가 정리되지 않는 한 공공분야 판매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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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니로EV.

정부가 미세먼지 등 친환경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공공기관·공기업의 전기차 구매를 의무화시켰지만, 공공기관에 물량을 내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전국 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환경부 '친환경차법 시행령 및 수도권 대기특별법 시행규칙'에 따라 신차 구매 차량의 50% 이상을 전기차 등 저공해차로 구매해야 한다. 정부는 매년 공기업·공공기관 평가에서 친환경차 구매비율을 점검한다. 올해 사용연한으로 교체해야 하는 공공분야 친환경체 물량은 약 4000~5000대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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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전기차 볼트(Bolt).

반면에 올해 전기차 사전 계약된 물량은 약 3만 5000대 수준이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과 '아이오닉 일렉트릭' 등 현대차 2만대를 포함해 기아차는 '니로EV'와 '쏘울 부스터 EV'가 8000대, 한국지엠 '볼트(Bolt)' 6500대다. 르노삼성과 닛산, 재규어 등도 수백 건에 달한다.

특히 선호도가 높은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 차량은 각사가 계획한 올해 생산 물량과 고객 계약 물량이 일치하기 때문에 물량을 더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결국 차 회사가 사전계약을 무리하게 받은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건 사전계약 후 중도 포기자가 계약자 3명 중에 1명 꼴로 발생하는 것”이라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계약을 1대로 제한하거나, 계약금을 올리는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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