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전기요금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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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필 전자신문 미래산업부 기자.

“차라리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정부가 추진했던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됐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얼마 전 만난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탈(脫)원전 정책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여론 악화를 우려한 정부가 '진퇴유곡(進退維谷)' 처지에 놓였다는 의미다. 현 정부 임기 내에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없다'고 못 박은 것에 대한 고민을 짐작할 수 있다. 초조함마저 느껴진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6년 만에 영업적자로 돌아선데 이어, 실적 악화가 지속될 전망이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입하는 가격(SMP·계통한계가격)은 지난달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는 원전 발전 비중이 1%포인트 줄어들 때마다 한전 영업적자가 1900억원 가량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전은 정부 눈치 때문에 '전기요금' 자체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걱정하는 건 한전 적자가 아니다. 전기요금은 꿈쩍 않고, 한전 적자가 지속될 경우 '안전관리 부실'로 이어질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보여준 안전 문제와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방안 등을 고려하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정부는 환경적·경제적 영향을 국민에게 가감 없이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현실을 외면하고 차기 정권에 '전기요금 인상' 숙제를 떠넘기는 건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다양성도 고민해 볼 문제다. 일본은 국민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전기요금제가 280여개에 달한다. 영국은 인터넷·이동통신서비스 등에 전기요금을 결합한 패키지 상품을 내놓은 지 오래다.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전기요금을 '선택제'로 개편하는 방안도 논의해볼 가치가 충분하다.

정부는 차제에 전기요금 변화 요인을 설명하고, 국민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확신이 분명하다면 '전기요금 현실화'와 관련해서도 정공법을 택하길 기대한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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