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대부'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 향년 90세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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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대덕전자 회장 <전자신문 DB>

국내 전자 산업의 산증인으로서 최근 사재 500억원을 서울대 인공지능(AI) 연구에 쾌척한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이 1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김 회장은 국내 전자 산업은 물론 제조업의 시초이자 뿌리라 할 수 있다. 1965년 인쇄회로기판(PCB) 부품을 생산하는 대덕을 설립, 45년여 만에 매출 9600억원과 직원 2000여명을 거느린 전자업계 맏형 기업으로 키워냈다.

국내 전자 산업 발전에 대한 김 회장의 애정과 관심은 마지막까지 뜨거웠다. 지난 1991년 사재를 들여 해동과학문화재단을 설립해 이공계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하고, 2002년에는 대덕복지재단을 세워 사회 공헌 사업도 활발히 해 왔다.

특히 올해 2월에는 모교인 서울대에 4차 산업시대에 걸맞은 교육을 위한 'AI센터' 설립에 써 달라며 사재 500억원을 쾌척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10억달러를 들여 모든 학생에게 AI를 가르치고 다른 학문과 융합시키는 AI 단과대인 '스티븐 슈워츠먼 컴퓨팅 칼리지'를 신설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내린 결정이었다. 그의 기부금이 마중물이 돼 서울대 공대는 2022년 개관 목표로 가칭 '해동첨단공학기술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가 모교에 기부한 사재는 모두 657억원으로, 서울대 역대 개인 기부 가운데 최고액이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고인은 우리나라 전자 산업을 일으켰다”면서 “학생이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기부를 많이 하신 정말 훌륭하고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빈소를 찾은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업계에서 존경받는 분이 가셨다”며 애도를 표했다.

김 회장은 인재 사랑도 각별했다. 그는 생전 마지막이 된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나무가 비를 맞고 자라듯 기업이 미래 인재들에게 비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인재 양성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김 회장은 평소 '기술은 곧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작은 씨앗을 뿌린다는 심정으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인재 양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전국 공대에 학술정보실을 기증했을 뿐만 아니라 우수한 연구자들을 시상하고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도 꾸준히 기부했다.

김 회장은 1929년생으로, 함남 조선전기공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전자통신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을 다니던 중 6·25전쟁이 터져 공군에서 복무하다가 전역 후 본격적으로 전자 제조업으로 뛰어들었다.

김 회장이 1965년 설립한 회사 대덕은 국내 전자 산업 발전사 그 자체다. 흑백 TV PCB 부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해 TV를 넘어 PC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까지 생산 영역을 확대했다. 특히 현재는 스마트폰과 5세대(5G) 이동통신 등에 필요한 PCB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김 회장의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5일이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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