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국적기업 균형과세, 적극행정에서 시작돼야

이쯤 되면 세금전쟁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정보기술(IT) 회사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자국 IT 기업에 대한 유럽의 공세가 거세지자 미국 의회가 발끈했다. 일종의 보복관세로 간주했다. 미국 하원의원 16명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프랑스가 추진하는 디지털세에 대해 미국 행정부가 적극 대응하라는 메시지다.

대서양을 두고 마주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간 세금전쟁은 국력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영국과 프랑스는 디지털세를 둘러싼 무역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행보다. 미국 정부와 의회의 반발에도 디지털세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달 디지털세 부과 법안을 정식 발표했다. 일정 규모 이상 매출을 올리는 IT 기업 대상으로 매출 3%를 세금으로 물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보다 앞서 영국은 2016년 구글에서 체납세 1억3000만파운드를 거뒀다.

우리나라 현실은 어떤가. 우리 정부는 디지털세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그나마 다국적 IT 기업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국내 기업에 위안을 주는 정도다. 인터넷 역차별과 관련된 주요 이슈도 가시적 진전이 없다. 2017년 9월 초 출범한 역차별 해소 태스크포스(TF)는 어떤 논의가 진행됐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고정사업장 정의와 법률대리인 지정에 대한 명확한 정책 의지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구글이 구글클라우드코리아를 지난해 설립한 게 밝혀졌다. 기존의 한국 내 유한회사인 구글코리아, 구글페이먼트코리아와 분리했다. 구글 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구글세 압박은 지금처럼 구글코리아 중심으로 대응하고 클라우드 사업에 따른 세금 문제는 신설 법인이 담당하는 이원화 전략이 아닐까.

구글세, 디지털세 등 세금 이슈 및 고정사업장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움직임은 매우 소극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관료사회에 적극 행정을 주문했다. '수익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명제는 모든 기업에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 다국적 IT 기업을 대상으로 한 우리 정부의 적극 행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