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06>강원도 산불 진화의 아쉬움과 남겨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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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힘을 합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강원도 산불로 10여명의 사상자와 주택 400여채를 잿더미로 남긴 화마를 잠재운 뒤 언론이 내린 잠정 평가다. 비록 도심으로 산불이 번지지 않아 다행이지만 최소화란 표현이 맞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2017년 11월 강원소방본부가 SKT와 함께 '관제 드론, 보디 캠을 갖춘 첨단 ICT 기반 관리 공공안전솔루션'으로 산불 등 재난에 대비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화재 영상을 관리하는 소방관도 시속 40㎞ 강풍에서도 정상 비행으로 불을 끌 수 있다는 관제 드론의 활약상도 들려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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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불 대응은 신속하고 유효했다지만 첨단 기술 활용은 미흡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오후 7시가 넘어 발화돼 소방헬기가 출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방어망만 구축하고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만일 산불 발생 직후에 소방드론이 투입됐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뒤늦은 아쉬움을 남긴 사건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 수 있겠지만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재난 관리 활용이 시급함은 부정할 수 없다.

산불을 포함한 재난은 인명 피해를 초래할 정도로 위험하고, 재산 피해도 막대하다. 태풍, 지진, 화재, 조난 사고 등 재난이 지나간 현장은 늘 참혹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종합대책 마련, 전수조사, 제도정비 등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구호가 전부였다. 정치인들은 잘못을 서로에게 전가하며 국가 불행을 자신의 정치력 확장에 악용하려 한다. 이번 강원도 산불도 대책 마련보다는 과실을 따지는 식상한 정치인들의 행태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실제 활용되는 재난 대응 체계와 환경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소프트웨어(SW),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을 총동원해서 재난을 예방할 수 있는 첨단 시스템을 실제 활용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드론은 사람을 대신해서 건물 등 불구덩이에 투입돼 소화탄을 투하하고 가스를 제거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구할 수도 있다. 해상조난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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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관리에 이용하기 위해 SW 기술로 드론을 지능화해야 한다. 구글의 알파고가 수많은 경우의 수 가운데에서 최상의 수를 찾는 것처럼 AI로 최적의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드론을 조종하는 병사나 소방관도 중요하지만 자율관제드론 개발과 충분한 드론 확보가 우선이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세월호 참사, 강원도 산불 현장에 카메라와 소화기를 장착한 드론이 즉각 출동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2020년까지 490억원을 투입해 드론 플랫폼을 개발하고, 2021년부터 전국 소방서·경찰서와 해경 함정에 드론을 보급하겠다는 산업통상자원부 계획을 눈여겨본다.

재난 관리를 위한 드론 관련 투자는 자칫 예산 낭비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막대한 피해를 가져오는 재난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중요성에 비춰 보면 최우선 순위에 놓아야 하는 국가 과제다. 국민의 생명 이상으로 중요한 일은 없기 때문이다. 재난 관련 산업은 세계가 주목하는 시장이다. 우리나라에서 재난을 억제한 경력을 쌓은 첨단 시스템은 글로벌 시장 공략 무기가 될 수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하늘을 수놓은 드론이 재난 현장을 지키는 4차 산업혁명 수비수로 변신하기를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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