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력구매가(SMP) 4년 만에 최고치…'전기요금 현실화' 압박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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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한국전력공사가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구입할 때 적용되는 전력구매가(SMP·계통한계가격)가 월평균 110원을 돌파,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전 SMP가 ㎾h당 110원을 넘어선 것은 2015년 3월 이래 처음이다.

SMP 상승은 한전 입장에서 원가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다. SMP 상승에 따른 '전기요금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전 경영 악화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한전 투자 부진으로 인해 국내 에너지 업계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다.

7일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월평균 SMP(육지 기준)는 111.95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3월(118.35원) 이후 최고치다.

한전 SMP는 올 1월 110.78원으로 집계된 이후 오름세가 지속됐다. 2015년 3~9월 월평균 SMP가 100원을 넘긴 적이 단 한 차례(2018년 3월, 101.15원)뿐이라는 점과 대조된다.

2015년 SMP 급상승은 박근혜 정부 시절 원전 납품 비리가 적발되면서 최대 10기의 원전이 멈춰서는 등 가동 중단일이 1513일에 달했기 때문이다. 또 당시에는 발전소가 부족했고, 원전 중단에 따른 예비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SMP가 치솟았다.

원전 1기에서 생산하는 전력이 100만㎾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SMP 1원 상승은 한전이 원전 1기에서만 하루에 2400만원을 더 주고 전기를 구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부가 현 정권 내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못 박으면서 한전은 기존보다 비싸게 전기를 구매한 후 동일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올해 초 김종갑 한전 사장이 “지난해 원가 이하로 판매한 전기가 4조7000억원 수준”이라면서 “정책비용은 2017년보다 1조2000억원 늘었다”며 원가를 반영한 전기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SMP 상승을 전기요금에 반영,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208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 2017년보다 영업이익이 무려 5조원 이상 줄었다. 이후 한전은 '2019년 재무위기 비상경영 추진계획'을 통해 올해 영업적자가 2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고, 증권가에서도 한전이 올 1분기에 4543억원 적자를 낼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기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가격 불균형'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한전 적자가 지속될 경우, 전력 수급과 관련된 설비투자가 부실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이 영업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고정비를 줄여야 하지만 에너지 설비투자는 대부분 안전과 직결돼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미 한전은 2020년까지 전국 2250만 가구에 원격검침(AMI)을 공급하기로 한 사업이 당초 예상보다 약 1년 지연될 것으로 판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SMP 상승 요인은 전년보다 에너지원 가격 자체가 올라갔기 때문”이라면서 “가격이 올라도 반영 시차는 조금씩 상이할 수 있지만 SMP를 최종 결정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열량 단가가 상승한 게 주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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