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제대로 된 택시 앱미터기 도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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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6일 서울시 택시요금이 인상됐다. 5년 4개월 만의 인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택시요금 인상분의 미터기 반영에 1∼2주 기간이 소요되는 점은 5년 전, 아니 수십년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필자를 비롯한 택시 이용자는 예나 지금이나 목적지에 도착한 후 택시기사가 코팅된 요금변환표를 보면서 인상분이 반영된 요금을 일일이 미터기에 입력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미터기 혼란'은 여객운수법과 자동차관리법에서 기계식 미터기에 따라 산정된 택시요금을 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발생하는 현상이다. 기계식 미터기는 차량 바퀴 회전수에 따르는 주행 거리 및 주행 시간을 정확하게 측정, 택시기사가 지방자치단체에서 정한 운임과 다른 요금을 징수할 수 없도록 하는 기기다.

요금 산정의 정확성이 담보된다는 장점은 있지만 요금 체계 변경 시 택시에서 떼어내고 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등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전기식 미터기를 전자식 미터기, 이른바 '앱미터기'로 변경하자는 움직임이 근래 몇 년 동안 꾸준히 있어 왔다. 국토교통부가 법률을 개정해 앱미터기를 도입할 계획이 있다는 기사는 2017년부터 여러 차례 보도됐고, 필자가 지난해 여름 국토부에 유선으로 문의했을 때도 연말까지 법률 개정 작업이 완료될 것 같다는 긍정 답변을 들었다.(법률은 해가 바뀌었음에도 아직 개정되지 않았다)

앱미터기를 허용하는 경우 그 효용은 단순히 수년에 한 번 찾아오는 택시요금 인상 시즌의 불편함을 상쇄하는 것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앱) 내에서 미터기와 결제서비스를 연동시켜서 미리 저장해 둔 결제 정보를 이용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지도록 할 수 있고, 지금은 결제 후 종이 영수증을 받아야만 확인할 수 있는 주행 거리 등을 앱이나 이메일 등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해외에서 우버, 그랩, 디디추싱 등을 이용해 봤으면 운송 수단 탑승 시 결제와 연동돼 제공되는 심리스 모빌리티 서비스의 편리함을 잘 알 것이다. 나아가 앱미터기 도입은 다양한 요금 체계를 가능케 해서 택시 서비스를 세분화하고 맞춤형으로 설계, 궁극으로는 승차 거부 문제 등 현재 택시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소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서울시가 앱미터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교통카드 시스템 전문 업체 한국스마트카드와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요금 인상 시기에 맞춰 원격으로 일시에 업데이트할 수 있어 미터기를 일일이 수리하는 현행 방식보다 훨씬 편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2월에 미터기 기술을 규제 샌드박스에 신청했고, 규제 샌드박스로 채택되면 일부 서울 시내 택시에 앱미터기를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앱미터기는 택시에 설치된 한국스마트카드 단말기를 통해 위치 정보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승객의 스마트폰 단말기와 연동이 되는 시스템인지, 승객이 단말기 내 앱을 이용해 결제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지, 영수증은 출력하지 않아도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제공되는지 등 세부 사항은 아직 알 수 없다.

단순히 수년에 한 번 겪는 택시요금 인상의 불편을 위해 개발하는 기술에 그치지 않고 이왕 개발하는 김에 복잡한 기능을 단순하게 구성하되 여러 가지 쓰임새가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된다. 부디 앱미터기 도입이 정보통신기술(ICT)을 택시에 적극 활용할 수 있는 토대가 돼 승객 편의 증진과 택시 서비스 개선을 위한 긍정 효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정해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haein.jeung@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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