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전기차 관련 기술 특허 2만여건 무상 개방

일본 토요타자동차가 자체 보유한 전기차 관련 기술 특허 2만여건을 무상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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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하이브리드 차량 프리우스 (전자신문 DB)

3일 닛케이, 교도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데라시 시게키 토요타 부사장은 이날 나고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가 보유한 하이브리드차량(HV) 등 전기차 관련 기술특허 약 2만3740건을 무상으로 개방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데라시 부사장은 개방 대상 특허에는 모터 및 전력변환 장치, 배터리 관련 기술 등 HV 차량의 기본성능을 좌우하는 핵심기술이 포함된다며 전체 시장 확대와 주요 부품을 공유하는 전기차(EV) 업계의 비용 절감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가 요구하는 연비 수준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며 “어려운 영업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경쟁업체와의 제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토요타의 이 같은 방침은 세계적인 연비 규제 강화 추세 속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전기차 시장을 키우고 리드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체 보유 특허 기술을 누구나 쓸 수 있게 하면 관련 부품 수요가 늘고 결과적으로 HV 차량 제작 비용이 낮아지게 된다. 이는 주요 부품을 공통으로 사용하는 전기차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져 역량을 확충하려는 토요타에도 유리한 시장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업체별로 판매한 전 차량의 평균 연비를 규율하는 'CAFE'라는 연비 규제에 직면해있다. 기준이 가장 까다로운 유럽의 경우 1㎞ 주행에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목표치를 2015년 기준으로 평균 130g으로 정하고 2021년에는 평균 95g으로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벌금이 부과된다.

그런데 HV 등 전기를 쓰는 차를 많이 생산하면 이 규제를 피해가기가 쉬워진다. 일본과 유럽 외에 일정량의 신에너지 자동차 생산·판매를 의무화하기 시작한 중국도 이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중국에서는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관련 규제가 강화될 예정이어서 자동차업체들이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업계는 토요타가 HV 등의 특허사용권을 무상 개방하려는 배경에는 EV 영역에서 존재감이 약하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토요타는 1983년 자체 EV를 개발하는 등 일찍부터 EV 쪽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2012년 발매된 소형차 'eQ'를 마지막으로 양산차가 없다. 세계적으로 자동차업체들이 EV 쪽으로 전환하는 추세가 강해지는 가운데도 HV에 주력하는 바람에 뒤처지게 됐다는 것이다. 내년 토요타는 8년 만에 EV 신제품의 중국 출시를 준비하는 등 독일 폭스바겐 등에 비교해 뒤진 EV 라인업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토요타는 HV 영역에선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1997년 세계 최초의 양산 차량인 '프리우스'를 발매한 이후 가격 면에서도 가솔린 차량 등과 비교해 경쟁력을 높여왔다. 이에 힘입어 일본 외에 유럽과 중국에서도 판매량을 늘려 누적 판매 대수가 1300만대에 달한다. 토요타는 HV 등의 기술특허를 경쟁업체에 개방하더라도 그간 쌓아온 양산 노하우와 브랜드 파워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토요타 관계자는 “환경기술은 보급해야 의미가 있다”며 “전기차 기술은 급속히 발전해 특허를 무상 개방해도 독자기술을 계속 닦는 것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토요타의 특허 기술 무상 공유 방침을 놓고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토요타는 2015년 1월 연료전지 특허를 관련 기업에 무상 제공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계약에 이른 것은 10여 건에 불과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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