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소재 전문 기업 SKC가 반도체용 블랭크마스크 사업에 진출한다. 블랭크마스크는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그동안 일본 업체가 시장을 주도했지만 SKC가 국산화를 통해 수입 대체에 나선다. 특히 SK그룹 반도체 소재부품 내재화 전략이 속도를 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SKC는 반도체용 블랭크마스크 사업 진출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블랭크마스크 양산을 위해 2020년 3월까지 284억원을 설비 투자할 계획이다. 최근 회사채 발행을 통해 투자 자금도 마련했다. 초기 투자 규모가 크지 않아 SKC는 내년 양산 라인이 성공적으로 가동되면 곧바로 추가 증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블랭크마스크는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을 제조할 때 쓰이는 포토마스크 원재료다. 회로 패턴을 노광시키기 전 마스크를 뜻한다. 블랭크마스크는 석영유리기판 위에 금속박막 필름이 증착되고, 그 위에 감광액이 도포된 형태로 이뤄진다. 크게 반도체용과 디스플레이용으로 나뉜다.
블랭크마스크는 호야, 울코트, CST, 신에쓰 등 일본 기업이 전통 강자다. 국내에서는 에스앤에스텍이 국산화에 성공하며 이들과 경쟁한다. SKC가 블랭크마스크 상용화에 성공하면 국내 두 번째 블랭크마스크 제조사가 된다. SKC는 반도체용 블랭크마스크 가운데에서도 하이엔드 제품 양산이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SKC가 불화아르곤 위상변위마스크(PSM)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SK하이닉스 공급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D램, 낸드플래시, 이미지센서 등을 제조하는 블랭크마스크 핵심 고객이다. SKC는 블랭크마스크를 양산, 가장 먼저 SK하이닉스에 공급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KC가 SK하이닉스 같은 그룹사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공산이 높아 업계 판도 변화도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SK하이닉스에서 사용하는 블랭크마스크는 호야, 신에쓰, 에스앤에스텍 3사가 대부분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C가 SK하이닉스 공급에 성공하면 기존 공급망 변화는 불가피해진다.
SKC의 반도체용 블랭크마스크 사업 진출은 그룹 차원의 반도체 소재부품 강화 전략 일환이다. SK그룹은 2012년 하이닉스를 계열사로 편입한 뒤 반도체 소재부품 사업에 힘을 기울였다. 2016년 1월 OCI로부터 반도체 특수가스 전문 업체인 SK머티리얼즈를 인수한 데 이어 2017년 초에는 LG그룹으로부터 웨이퍼 생산업체 LG실트론을 인수했다. SKC도 이런 추세에 발맞춰 CMP패드·슬러리·웨트케미칼 사업에 잇따라 진출했고, 이제 블랭크마스크에까지 영역을 넓히게 됐다.
SKC는 자회사인 SKC솔믹스, SK텔레시스를 통해서도 반도체 소재부품 사업을 확대했다. 솔믹스는 알루미나·실리콘·실리콘카바이트·쿼츠, 텔레시스는 반도체 케미칼과 반도체 테스터 등을 각각 판매한다. SKC는 자회사를 포함해 반도체 소재부품 사업 매출을 2021년까지 1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게 목표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