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과학기술계의 자긍심 그리고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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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미래학자가 말했다. “2020년이면 지식 사회를 지나 영성 시대가 올 것이다.”

영성은 인간의 품성과 됨됨이를 강조하고, 윤리성이 강하며, 타인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놓는 태도를 말한다. 이런 희망을 논하는 미래, 대한민국의 '영성 시대'는 요원하기만 하다.

지난주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치르면서 양파껍질처럼 드러난 각종 의혹 속에 막막하던 가슴이 아직도 엉켜 있다. 10여년 동안 국세 2500억원으로 연구 과제에 참여하고, 700억원을 쏟은 온라인전기자동차(OLEV)의 이동 중 무선충전 사업이었지만 실용·상용화되기 어려운 요소 기술에 불과했다.

조 후보자에게 투자한 혈세는 기업이 3조~4조원 이상 매출을 벌어야 겨우 이익으로 남길 수 있는 금액임을 생각하고서는 더욱 아찔했다.

중견기업 한해 매출에 맞먹는 막대한 세금으로 진행된 R&D과제에 참여하면서 관련 해외출장에 부부동반으로 일년에 9회, 한 달 간격으로 아들의 미국 대학 입학식과 졸업식에 맞춰 방문을 했다.

유럽으로 떠난 출장은 부실학회 참여 논란으로 번졌다. 전세금을 올려서 아들에게 고급 외제차를 사 줬다는 논란도 일었다. 이 정부가 가장 좋아하는 '국민눈높이'는 공허한 말뿐인가.

결국 조 후보자는 예견(?)된 대로 존경받던 교수에서 문 정부 최초로 지명 철회된 불명예 교수로 전락했다. 조 후보자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과학기술계를 위해서라도 자진사퇴가 옳았고, 선배로서 그 기회마저 놓쳤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열정과 헌신으로 연구하고 있는 많은 선의의 과학기술계 동료에게 부정적인 인식과 무거운 짐만 지우게 했다. 현 정부 들어 처음 지명 철회 사태가 빚어진 이번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통해 느낀 핵심은 청와대의 검증 논란보다 이 정부가 과연 4차 산업혁명의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얼마나 공을 쏟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조 후보자 지명 철회 이후 청와대가 국내 과학기술계를 정치판의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학기술계를 홀대하는 청와대의 현주소다. 이 한심한 상황에 과학기술계 종사자는 참담함을 느낀다. 국가를 지탱해 나갈 중소기업과 청년창업자는 더욱 멍들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 문재인 정부의 자성과 반성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과학기술계의 연구자와 기업가는 무엇을 믿고 4차 산업혁명으로 나라를 살리기 위해 매진할 것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 원유로 주목받고 있는 빅데이터는 말로만 활성화할 것인가. 이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법 규제를 그냥 두고 무슨 혁신을 하겠다는 것인가.

해외로 눈을 돌리면 딥마인드가 안과 인공지능(AI)을 개발하고 이미 AI 맞춤형 의료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다. 물건만 고르면 자동 결제되는 매장이 점포를 늘려 가고 있다. 해외 주요 도시에서는 자율주행 택시가 거리를 누비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신산업과 신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혁신을 대한민국은 바다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하청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매서운 경고가 도전에 메마른 현 정부에 비수로 꽂혀야 한다.

과거 세계적 기업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였다. 당시 그에게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의 경영자로 선정된 리더십의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 질문의 답은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고, 우리 구성원은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의 과학기술과 4차 산업혁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만약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국민과 다른 답을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국민께 사죄할 날이 올 것임을 믿는다. 그것이 국가이기 때문이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alpha-s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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