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 세계 최초로 5G 통신 서비스가 시작된다. 초저지연, 초고속 통신시대가 열린다. 5G는 기존 LTE보다 20배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로, 4차 산업혁명 주도권 향배를 가를 것으로 주목받았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서울과 주요 광역시에서 나란히 5G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문제는 일반 소비자가 5G 서비스를 체감하고 느끼는 킬러 콘텐츠에 있다. 5G 콘텐츠가 LTE로 누릴 수 없던 새로운 즐거움과 가능성을 제시해야 5G 상용화가 순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킬러 콘텐츠 등장은 성공적인 이동통신 세대교체를 끌어내는 열쇠다. 킬러콘텐츠가 어디까지 왔으며 한계와 희망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김광회 넥스트데일리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방송도 더 실감나게…실시간 스트리밍 영상 콘텐츠
콘텐츠 제작은 전문 제작사 몫이지만 지금은 제작자보다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국내 이통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이통3사는 5G 상용화 이전부터 방송업계 영상제작자와 협력을 진행해왔다. 5G 초고속·초저지연 특징을 곧바로 반영할 수 있는 분야가 영상이라는 판단에서다. 스마트폰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접하는 콘텐츠인 점도 반영된 듯하다.
5G를 영상에 적용하면 기본 화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LTE에서는 유튜브에서 풀HD(1920×1080) 영상 보기가 일반적이었지만 5G 이후부터는 UHD 영상보기가 기본이 된다. 고화질 실시간 방송 시청까지 무리가 없다. 통신망에 따라 최대 12K까지 제공하니 소비자는 확대 화면에서도 화질 저하 없이 영상을 즐길 수 있다.
영상 형식도 3차원까지 영역을 넓힌다. 360카메라로 촬영한 VR 영상은 기존보다 고화질로 제공돼 완성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예전과 달리 시선 전환에 따라 즉시 장면이 반영되고 끊김 현상도 현저히 줄어든다. 몰입감은 높이고, 이전보다 더 실감나는 가상현실을 경험하는 효과가 있다.
방송에 사용되는 여러 카메라를 활용한 독특한 기능까지 활용할 수 있다. 내 맘대로 카메라를 전환해 바라보거나 동시 촬영된 영상을 조합한 타임 슬라이스 영상으로 재현할 수도 있다. 이 기능은 앞으로 보게 될 야구, 골프, 축구 등 스포츠경기 또는 아이돌 공연 방송 등 여러 분야에 적용된다. 야구장에서도 보기 힘든 장면을 집에서 동영상으로 실감나게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LTE부터 U+프로야구 서비스를 제공한 LG유플러스는 5G로 기존 서비스를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SK텔레콤은 '5GX 프로야구'를 지난달 23일부터 자사 OTT 플랫폼 '옥수수'에서 제공했고, KT는 지난달 28일 '올레tv 모바일'에서 '프로야구 Live'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증강현실(AR)이 영상에 적용되면 활용은 더 다양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내 집으로 초대해 댄스 교습을 받을 수도 있다. 홈쇼핑 방송과 연계, 가상으로 상품을 내 집에 들여놓거나 입어보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다.
5G 기반 미디어 중계 콘텐츠는 방송·프로덕션 등 기존 영상 제작업계와 협력이 중요하다. 영상은 다른 5G 콘텐츠와 비교해 쉽게 제작할 수 있고, 유통망도 기존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손쉽게 구축할 수 있는 편이다. 오래 전부터 방송과 통신 시너지를 예상했던 통신업계는 5G 상용화를 앞두고 생태계 구축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KT는 지난달 13일 세계 방송장비사 'TVU' 'LiveU'와 5G 영상송출 사업화 협약을 맺었고, SBS와 '세계 최초 5G 기반 UHD 생방송 중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같은 날 SK텔레콤은 MBC와 협약을 체결했다. 앞선 1월에는 미국 최대 지상파 방송사인 싱클레어 방송 그룹과 합작회사를 설립, 미국 차세대 방송 솔루션 시장 공략을 위한 포석도 깔아둔 상태다.
5G로 업그레이드된 U+프로야구, U+골프, U+아이돌live를 선보인 LG유플러스는 자사 기술력을 무기로 콘텐츠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지난 CES 2019와 MWC19에서 세계 유수 기업과 손잡고 구글과 VR 콘텐츠 공동제작 협약에 서명했다.
◇완성도 높인 실감형 콘텐츠
영상콘텐츠와 달리 VR, AR 등 실감형 5G 콘텐츠는 양방향 콘텐츠로 분류할 수 있다. 영상콘텐츠는 누군가가 제작한 콘텐츠를 골라 본다는 사실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보는 시각과 방식을 달리하는 것뿐이다. 반면에 실감형 콘텐츠는 사용자가 가상현실 속에서 자신 의지대로 행동하거나 다른 사람과 서로 소통하는 게 가능하다.
실감형 콘텐츠는 제작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한 번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 킬러콘텐츠로 발돋움할 여지도 큰 분야다. 물론 이전에도 이동통신을 활용한 실감형 서비스는 존재했다. 스마트폰을 장착할 수 있도록 고안된 HMD(Head Mounted Display) 형태가 대표적이다. 다만 이러한 서비스는 VR라고 부르기에는 어설픈 측면이 많다. 콘텐츠 질도 기존 유선 VR기기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유선 VR기기로 즐기는 콘텐츠라 해도 보이는 화면은 기존 2차원 풀HD 그래픽을 3차원으로 넓게 펼친 것에 불과했고 사용자 동작에도 느리게 반영했다. 현실 부조화로 인한 멀미도 심했는데, 이는 AR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술 한계가 존재하니 애초부터 좋은 콘텐츠가 제작될 리가 만무했다. VR와 AR 같은 실감형 콘텐츠는 킬러콘텐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기존 실감형 서비스와 5G와 결합이 갖는 의미는 불완전함을 극복하고 더 실제 같은 가상현실 구현이 가능해짐에 있다. 5G로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함으로써 VR는 기존 화질을 대폭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저지연의 5G 특성까지 더하면, 실제와 차이가 없는 반응 속도를 통해 진짜 같은 가상현실을 구현한다. 이 같은 혁신으로 킬러콘텐츠가 탄생할 여건을 갖춰가고 있다.
KT는 지난해 3월부터 도심형 VR 테마파크 '브라이트'를 운영하고 지난 MWC19에서는 'GiGA Live TV'로 5G 기반 멀티플레이 게임 'VR 스포츠'를 선보였다. 지난달 5일 K-Live에서는 한국-미국 대륙 간 원거리 홀로그램도 시연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MWC19에서 AR기기 제조사 매직리프와 더불어 나이언틱(포켓몬Go 제작사)과 5G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각각 체결했다. LG유플러스는 CES19에서 구글과 VR콘텐츠 공동 제작에 합의한 데 이어 MWC19에서는 '해치 엔터테인먼트'와 5G VR게임 독점공급 양해각서(MOU)를 교환하는 성과를 이어갔다.
◇클라우드 게임도 부상
5G 콘텐츠가 꼭 실감형 서비스를 지향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는 기존 콘텐츠를 즐기던 방식도 효과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그 중 한 예이다.
클라우드 게임은 서버에 접속해 곧바로 플레이하는 게임이다. 게임 플레이를 위한 모든 파일이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돼 있어 설치나 업데이트도 불필요하다. 플레이에 필요한 모든 하드웨어 사양을 서버가 감당하기 때문에 사양과 관계없이 어떤 게임이든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게 강점이다. 또 인터넷 접속 환경만 갖추면 어디서든 보유한 모바일 기기나 PC를 사용해 자유로이 접속할 수 있다.
클라우드 게임 역시 수년 전부터 여러 기업을 통해 제공되던 서비스다. 등장 초기에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인정받았지만, 클라우드의 필수 요소인 통신이 그 발목을 잡았다. 실감형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플레이어의 명령을 곧바로 반영하지 못했던 이유다. 원인이 같으므로 해결책도 같다. 바로 5G다.
실제로 구글은 지난달 1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프로 게임 산업 행사 'GDC19'에서 자사 유튜브와 클라우드 기술로 개발한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스타디아'를 공개했다. 이날 순다르 피차이 CEO는 스타디아가 4K급 고화질에 게임을 초당 60프레임, HDR 서라운드 사운드 등을 지원하며, 향후 8K, 초당 120프레임 해상도까지 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타디아는 단순히 발전된 클라우드 게임이 아닌 플레이어를 연결하는 단일 플랫폼을 지향한다. 유튜브에서 게임 생방송을 시청하다 곧바로 화면 속 게임에 접속해 방송자와 함께 플레이하거나 오픈소스로 누구나 게임을 만들어 함께 즐기도록 해준다. 이날 구글은 5G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나 사실상 5G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5G 없이는 스타디아가 지향하는 원활한 클라우드 게임 환경과 플랫폼 구현이 어려운 까닭이다. 스타디아는 연내 출시 예정이다. 5G에 기반한 클라우드 게임이 언급된 최근 사례는 지난달 21일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GeForce NOW)'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상민 LG유플러스 FC부문장도 “클라우드 게임은 5G 저지연 특성에 가장 부합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해 기대를 모았다.
◇한계와 희망
앞서 살펴본 콘텐츠는 새로움과 거리가 있다. 기존 기술 완성도를 높인 수준이다. 이통사가 준비하고 있는 콘텐츠도 차별성은 아직 부족하다. 초기에는 관심을 끌어내도 꾸준한 호응을 유지할 킬러 콘텐츠 개선과 발굴이 필수인 이유다.
결국 킬러콘텐츠를 탄생시키는 건 소비자와 가장 맞닿아있는 콘텐츠기획·제작자 협업이 중요하다. 5G 상용화 초기에는 이통사가 콘텐츠 제작을 주도하겠지만 시장 형성 이후부터는 콘텐츠 제작자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법 콘텐츠도 등장할 수 있겠지만 대중이 열광할 킬러콘텐츠도 분명 등장할 것이다.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는 건 기대되지만 제대로 된 5G 콘텐츠를 즐기려면 부가 장비가 필요한 점도 앞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예를 들어 통신상으로는 12K 고화질 스트리밍 콘텐츠를 즐기게 되더라도 장비를 통한 사용자 시청 환경은 여전히 4K 수준에 머물러 있다. HMD 없이 스마트폰만으로는 VR를 실감나게 즐길 수 없는 점도 한계다. 또 별도 기기나 플랫폼을 통해서만 즐길 수 있는 독점 콘텐츠도 나와야 한다.
5G시대는 초연결사회를 지향한다. 그만큼 해커는 어느 경로로든 침입할 수 있어 보안이 더 취약해질 수 있다.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기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더 위험해지는 셈이다. 초연결사회로 기술 의존도가 더 높아지므로 통신 장애로 인한 피해도 LTE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5G 시대를 열어가는 이통사 사회적 의무와 책임은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
5G 상용화 초기에 따르는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5G 콘텐츠를 원활하게 즐기려면 지역별 촘촘한 망 구축이 필수지만 그러한 인프라 구축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초기 3G에서 4G 전환에서도 그러했듯 5G 상용화 초기 단계에서는 LTE와 5G가 병행될 수밖에 없다. 이는 도심지에서 벗어나면 원활한 5G 이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통신사는 이에 대비해 필요한 데이터만 전송해 부담을 줄이는 시도를 하고 있다. VR 영상콘텐츠는 사용자가 바라보는 곳의 데이터만 전송하는 식이다. 5G 이용 시 배터리 소모가 심한 점을 고려해 이를 최소화하는 기술도 공개하고 있다. 이전 LTE 때도 그랬듯 5G가 대중화되고 나면 새 요금제가 등장하며 부담도 줄어들 것이다. 전문가들은 완전한 5G 상용화까지 2020년 하반기를 전망하고 있다.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도입해 보안 우려를 잠재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