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보궐선거 투표용지 인쇄가 26일 시작됐다. 단일화도 끝났다. 이젠 진검 승부다.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을 뽑는 지역은 두 곳이다. 경남 창원성산과 경남 통영·고성. 각 당은 이곳에서의 승리를 발판으로 내년 21대 총선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는 각오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하향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보궐선거는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여권이 승리하면 문재인 정부 3년차 국정운영에 숨통이 트인다. 반대로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등 야권이 이기면 상황은 달라진다. 레임덕에 대한 정부·여당의 부담감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창원성산, '변수는 단일화'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 지역구인 경남 창원성산에선 강기윤 한국당 후보가 단일화 전 여론조사에서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강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권민호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하면서 반격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남MBC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6~17일 동안 창원성산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4.4%p)를 실시해 18일 내놓은 결과를 보면, 강기윤 한국당 후보 지지율은 30.5%, 여영국 정의당 후보는 29.0%였다. 지난 25일 여영국 후보와 단일화한 뒤 사퇴한 권민호 민주당 후보는 17.5%였다.
이어 손석형 민중당 후보는 13.2%, 이재환 바른미래당 후보는 3.6%로 나타났다. 진순정 대한애국당 후보는 1.5%, 무소속 김종서 후보는 0.7%였다(이하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권민호 후보의 표를 넘겨받을 수 있는 여영국 후보가 유리하다. 다만 사상초유의 여야간 단일화라는 점은 변수다. 위기의식을 느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정의당과 민주당의 단일화를 '야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더불어정의당'이 만들어지게 됐다. 국민 뜻을 저버리는 좌파연합이며 야합”이라고 주장했다. 강기윤 후보는 “벌어질 일(단일화)이 벌어진 것”이라며 창원시민의 선택을 믿겠다고 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창원 경제를 망쳐온 민주당이 '후보 단일화'를 통해 책임 회피의 종지부를 찍었다”고 지적했다.
경남의 노동운동 성지라 불리는 창원성산 특성상 손석형 민중당 후보 약진도 무시할 수 없다. 여 후보와 단일화도 가능하지만, 투표용지 인쇄 후라면 시너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통영·고성, '여, 공격 대 야, 수성'
통영·고성은 전통적으로 한국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정점식 한국당 후보가 앞서 여론조사에서 51.0% 지지율로 앞서는 것으로 관측됐다. 양문석 민주당 후보는 36.6%, 박청정 대한애국당 후보는 3.3%였다.
정점식 후보는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받고 있다. 양 후보는 정 후보보다는 당의 지원을 덜 받는 상태다.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현장최고위를 열고 조선 경기 침체로 고용 위기를 겪는 통영·고성 지역 활성화를 위해 '통영형 일자리 특별위원회'를 출범한 것 외에는 이렇다할 지원이 없다. 황교안 대표 등이 매일 출퇴근하며 지원유세를 벌이는 한국당과는 대조적이다.
통영·고성은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이후 단 한 번도 보수 성향 후보가 패배해본 적이 없다. 20대 총선에서도 진보진영 후보가 출마하지 않으면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무투표 당선된 곳이다.
변수는 지역 경제다. 성동조선해양 등 조선업과 관광업을 주축으로 하는 지역 특성상 각 업종이 불황에 시달리다 보니 지역 경제가 하락세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양문석 후보는 힘있는 여당 후보로서 정부와 정책적 협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각오다. 정점식 후보는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지지층의 결집을 호소했다.
◇결과 따라 총선, 국정동력 영향 불가피
4·3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 선거는 두 곳에 불과하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사망한 창원성산과 이군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잃은 통영고성이다.
당선돼도 내년까지 1년 밖에 의정활동을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각 당이 이번 보궐선거에 매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내년 총선에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 성격도 갖고 있다.
여당은 작년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했다.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해 문 대통령 지지율은 치솟았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경제가 발목을 잡았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줄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40%대까지 떨어졌고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상황까지 왔다.
내년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보궐선거에서 한국당이 2석 모두를 챙긴다면 정부·여당 국정동력 상실이 불가피해진다. 의석수는 여당이 많지만 보궐선거 패배 상징성이 크다. 황교안 대표 취임 이후 당 지지율이 30%를 넘어선 한국당이 탄핵 휴유증을 딛고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셈이다.
반면 여권으로 구분되는 정의당 혹은 민주당이 1석 이상 승리한다면 구도는 달라진다. 정의당이 창원성산에서 당선될 경우 평화와정의(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교섭단체 모임)가 되살아날 수 있다.
국회 내에서 교섭단체는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다.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에 이어 평화와정의가 교섭단체로 오르면 국회 운영에 주요 변수가 된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