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제원 등 국내 11개 밴사가 롯데카드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10여년 동안 업무 대행 파트너로 사업을 함께해 온 신용카드와 밴사 간 1호 법적 다툼이다. 정부 카드수수료 인하 여파가 이들 기업을 동지에서 적으로 갈라서게 한 것으로 분석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결제원, 나이스정보통신, 다우데이타, 스마트로, 엔에이치엔한국사이버결제, 제이티넷, 케이아이에스정보통신, 케이에스넷, 코밴, 퍼스트데이터, 한국정보통신 등 11개사는 롯데카드가 데이터 캡처 수수료를 일방으로 지급하지 않고 파기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회사는 원금과 2월 1일부터 소장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이튿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수수료 이자를 산정해서 지급할 것을 청구했다.
본사가 입수한 소장에 따르면 11개 밴사는 롯데카드가 정부 카드수수료 인하 방침에 따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밴사에 지급하던 '데이터 캡처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롯데카드가 일방적으로 서비스 이용 계약에서 데이터 캡처 서비스를 제외하겠다고 통보, 불공정계약을 강제했다는 것이다. 밴사는 크게 카드 승인중계와 매입대행(매출전표 매입 서비스) 업무를 해 주고 카드사에 밴 수수료를 받는다. 이 가운데 매입 대행 서비스는 매입청구(데이터캡처), 종이전표 수거, 전자서명 전송 수수료, 전자적데이터 교환(EDI) 수수료, 전표 용지 공급 등이다.
데이터 캡처는 신용카드 거래 승인 내역을 생성, 카드사에 온라인으로 전송하는 업무다. 이 대행 업무 수수료를 롯데카드가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게 소송의 핵심이다.
11개 밴사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충정은 “롯데카드(원고)가 아무 협의 없이 데이터 캡처 서비스를 직접 수행하겠다고 통보했다”면서 “밴사는 지금까지도 카드사와의 업무 협약에 따라 데이터 캡처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정은 또 과거 정부 중재로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 도입 당시 맺은 계약에도 이 같은 수수료가 포함돼 있지만 이를 롯데카드가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충정은 롯데카드가 기존 서비스 이용 계약에서 데이터 캡처 서비스를 제외하겠다고 통보한 것은 아무 효력이 없다고 소장에서 밝혔다.
롯데카드가 11개 밴사에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힌 수수료는 약 23억원이다.
회사별 미지급 금액은 금융결제원 5200만원, 나이스정보통신 4억1600만원, 다우데이타 1억2200만원, 스마트로 2억2200만원, 한국사이버결제 1억700만원, 제이티넷 6100만원, 케이아이에스정보통신 4억2800만원, 케이에스넷 3억800만원, 코밴 1억100만원, 퍼스트데이타코리아 1억7800만원, 한국정보통신 2억9200만원이다.
밴업계는 롯데카드 외에도 일부 카드사가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어 추가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의 인위적인 카드수수료 인하 여파로 카드사 대부분이 대형 가맹점 외 밴사와도 협상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 셈이다.
이에 대해 롯데카드 관계자는 “밴사와의 매입청구·전표수거대행(DESC) 계약서에는 매입청구 대행 업무는 언제든지 전표수거대행 업무와 분리 시행할 수 있도록 명기돼 있어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다”면서 “밴사가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