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픽셀북, 픽셀슬레이트 등 하드웨어(HW) 부문 인원을 감축한다. 시장 반응이 기대치에 못 미친 제품 투자를 줄일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비즈니스인사이더와 더버지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2주 동안 HW 파트에 근무하는 수십 명의 엔지니어 대상으로 인력 재배치를 실시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구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구조조정이 '메이드 바이 구글' 제품 가운데 픽셀북(노트북)과 픽셀슬레이트(태블릿)를 개발하고 제조하는 부서 '크리에이트'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구조조정은 HW 엔지니어, 기술 프로그램 관리자, 프로그램 관리자 등 광범위한 범위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크리에이트팀에서 이동한 엔지니어는 구글의 다른 부서나 모기업 알파벳으로 자리를 옮겨서 새로운 일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구조조정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구글은 2011년 모토로라 인수를 전후해 HW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2016년 모토로라 최고경영자(CEO) 출신 릭 오스털로를 책임자로 영입했다. 2017년에는 대만 스마트폰 제조사 HTC를 인수했다. 2010년 이후 스마트폰을 비롯해 노트북, 태블릿, 가정용 스마트 스피커 등을 꾸준히 내놨다. 올해는 저가형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를 출시할 계획이다.
HW 부문 매출 비중은 통상 10% 이하다. RBC캐피털에 따르면 2018년 구글의 HW 관련 부문 매출은 약 88억달러,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다. RBC캐피털은 오는 2021년 구글의 HW 매출 비율은 8%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HW 개발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지만 삼성,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의 경쟁 구조로 높은 마진을 남기기 어렵다.
스마트폰과 가정용 기기를 제외한 다른 구글 HW 제품군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모습이다. 픽셀북은 999달러라는 비용에 비해 크롬 운용체계(OS)에서만 움직이는 제한된 기능을 제공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구글이 직접 제조하지 않는 삼성 크롬북에 비해 약 두 배 비싸다.
2015년에 처음 출시한 태블릿 역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노트북과 기능 분리가 명확하지 않고, MS가 내놓은 서피스 프로나 아이패드 프로 등 경쟁 제품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았다. 구글은 구조조정으로 HW 제품 라인업을 단순화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구글이 픽셀북을 포기할 계획은 없지만 인원 감축 여파 때문에 제품과 가격으로 HW 라인업을 보완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글 내부 소식통은 “노트북과 태블릿 사업을 중심으로 인원을 감축한 것은 구글이 HW를 실제 비즈니스로 만드는 압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진단했다. 실험 대신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제품군만 중점 육성한다는 의미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