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D램 가격 30% 폭락…예상보다 깊은 반도체 하락골

# D램 메모리 수요 둔화가 심상치 않다. 가격 하락 폭이 예상보다 깊고, 재고도 높게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요가 크게 회복되지 않으면 올해 가격 하락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D램 비중이 절대적인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1분기 D램 고정가 30% 폭락=6일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분기 PC D램 고정거래가격(Contract Prices)은 전분기 대비 30%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D램익스체인지는 “2월 가장 특이하면서 큰 가격 하락이 있었다”며 “이에 1분기 하락 폭을 당초 25%에서 30%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D램 가격 하락이 심하자 고정거래 계약 방식도 분기별에서 월별로 대부분 바뀌었다고 D램익스체인지는 덧붙였다.

고정거래는 삼성전자 등 메모리 제조사와 대형 거래처 사이에 맺는 계약 방식이다. 일정 기간동안 정해진 가격에 반도체를 주고받는 게 골자다. 수요처 입장에서 고정거래를 맺으면 값싼 가격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반도체 경기가 불황일 때는 고정거래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가격은 매일 떨어지고 시장에 값싼 물건이 많은데, 이미 약속한 가격으로 지불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정거래 계약이 분기별에서 월별로 바뀌었다는 건 D램 가격 변화가 심해 반도체 큰 손들이 대량 구매를 꺼리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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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도 쌓여…“큰 회복 없으면 올해 가격 하락 지속”=1분기는 D램 가격이 떨어지는 계절적 비수기다. 그러나 30% 하락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D램익스체인지는 “2011년 이후 단 한 분기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하락의 골이 더 깊어졌다는 분석이다. 국내 반도체 업체 고위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 영향 등으로 투자를 꺼리고 반도체 구매가 지연되다보니 예상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문제는 수요를 되살릴 신호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재고는 쌓이는데, 이를 소진시킬 계기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가격 하락이 시작된 이후 재고가 쌓이기 시작해 현재 공급 업체가 대부분 6주 정도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D램 소비를 촉진할 인텔 CPU는 3분기 말까지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D램익스체인지는 “지나치게 높은 재고로 인해 D램 수요가 크게 회복되지 않으면 올해도 가격 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D램 가격 하락에 세계 시장 1, 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전망도 낮아지고 있다. KB증권은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6.9% 감소한 5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IBK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1분기 영업이익이 69.4% 줄어든 1조356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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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D램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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