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제2 벤처 붐'을 이끄는 리더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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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고속 성장 창업 기업) 광고가 돌아왔다. 요즘 텔레비전이나 시내버스, 지하철 등에서 스타트업 광고를 심심찮게 본다. 광고주는 마켓컬리, 마이리얼트립, 튜터링, 야놀자 등 생긴 지 5년 안팎 된 스타트업이다. 2000년 전후 '벤처 붐' 때도 야후 광고, 네이버 광고 등 신생 기업 광고가 공중파를 많이 탔다. 벤처 붐이 다시 오려나?

정부가 혁신 성장을 기치로 내걸면서 '제2 벤처 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개뿐이던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이 6개로 늘었다 하고, 올해는 기존 숫자만큼 유니콘이 생겨날 거라고 한다. 게다가 정부는 '혁신 성장'을 기치로 내걸었고, 올해 들어서는 여기저기서 '제2 벤처 붐'을 얘기한다.

2000년 전후 벤처 붐 때와 다른 게 몇 가지 있다. 전에는 규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인터넷 포털이든 온라인게임이든 규제 때문에 막힌 적이 없었다. 지금은 규제 때문에 막히기 일쑤다. 차량 호출도 그렇고 원격 진료도 그렇다. 업무 행태도 달라졌다. '라면 먹고 날밤 까는' 건 옛 이야기다. 월급쟁이 직원들은 퇴근 시간이 되면 그냥 퇴근한다.

새로운 사업에 대한 규제가 늘어났다고 해서, 일하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해서 제2 벤처 붐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규제가 걸림돌이 되기는 다른 나라도 매한가지다. 더욱이 최근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하면서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생겼다. 업무 행태가 달라진 것은 퇴보라기보다 개선이라고 보는 게 맞다.

제2 벤처 붐과 관련해 꺼림칙한 건 따로 있다. 조직 문화와 리더십이다. 우리 사회를 이끄는 지도층은 상명하복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아닌데요”라고 반박하는 부하직원을 대체로 곱게 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불합리한 지시가 떨어져도 어느 누구 하나 감히 나서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하지 못한다. 이런 조직에서 혁신이 가능할까?

예를 들어 어느 조직의 리더는 취임하자마자 소통을 강조했다. 상하 간, 동료 간에 소통을 많이 하라고 역설했다. 자신도 적극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짬이 나면 부하직원들과 마주앉아 얘기를 나누곤 했다. 그러나 회의 시간 대부분을 훈시로 채우기 일쑤였다. 무슨 연유에선지 어느 누구도 “노(No)”라고 말하지 않았다.

드라마 'SKY 캐슬'에 나오는 차민혁 교수도 '불통 리더'다. 차 교수는 맘에 들지 않으면 누구한테든 호통을 친다. 아내한테도 호통을 치고 자식한테도 호통을 친다. 결국엔 딸한테 “아빠는 철저히 실패했어. 바닥이야. 빵점이야”라는 말을 듣는다. 차 교수의 가정이 회사라면 좋은 인재가 몰릴 리 없고, 좋은 실적이 나올 리 없다.

1990년대생은 1960년대생과 확실히 다르다. 막말로 1960년대생은 까라고 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깠다. 1990년대생은 일단 “왜 까야 하는데요?”라고 따진다. 납득할 만한 답이 나오지 않으면 까지 않거나 사표 쓰고 나간다. '다시 뽑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새로 들어온 젊은이도 다를 게 없다. “왜 까야 하는데요?”라고 또 묻는다.

'이끌든지/따르든지/비키든지', 배달의민족 사무실 벽에는 이런 표어가 붙어 있다. 이끌려면 제대로 이끌고, 따르려면 제대로 따르고, 이도 저도 아니면 비켜서라는 뜻일 게다. 필자에겐 현재 우리 사회를 이끄는 리더에게 하는 말로 들렸다. 소통이 되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게 '제2 벤처 붐'을 이끄는 리더의 덕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광현 창업진흥원장 khkim@kise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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