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경협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질까. 지금은 '말'과 '기술 표준'이 달라서 힘들다. 과학·정보통신기술 분야 남북 교류를 우선적으로 활성화해 표준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상민·이종걸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전자신문이 후원한 '한반도기술표준인프라 구축 및 남북협력 방안' 토론회가 25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토론 참석자는 남북협력 핵심기반인 기술표준을 통한 교류와 협력 추진 방안을 모색했다.
현재는 남북간 '통일된 표준'이 마련되지 않아 철도, 도로 연결이 어렵다. 우리 철도가 북한 지역으로 가면 신호체계가 달라 관제탑과 연락할 수 없다. 북한을 넘어가는 순간 송수신이 안 되니 움직일 수 없다.
용어도 다르다. 우리는 '가드레일'이라고 부르는 것을 북한은 '안전레루'라고 한다. 플랫폼(남)-려객홈(북), 궤도(남)-철길(북) 등에서도 차이가 있다.
기정훈 명지대 교수는 “독일은 통일과정에서 표준화를 위해 전체 통일 비용의 약 10%를 사용했는데, 산업표준 불일치로 나타난 통합 비용이 15년 간 약 180조원에 달했다”면서 “남북한 표준 비교와 통합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부 지원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은 기반시설은 물론이고 TV 수신, 컴퓨터 키보드 자판을 쓰는 방식도 다르다. 남한은 북미방식(ASTC 디지털 방송)이고 북한은 동구방식(아날로그 PAL-D)이다. 북한방송은 디지털로 전환하지 못했다. 컴퓨터와 휴대폰 키보드 자판 배열도 다르다.
구경철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본부장은 “정보통신기술(ICT) 표준화는 남북 사회 통합의 전제”라며 “ICT 공통 표준 발굴과 표준의 글로벌화, 보급과 확산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과 5G 시대가 다가온 만큼 우선 미래 표준에서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진현 KT 융합기술원 상무는 “ICT는 국경이 없는 비즈니스로, 5G의 경우 글로벌 기업과 표준화 이전 단계에서 개념을 실증하며 국제 표준을 직접 만들어냈다”며 “남북도 처음부터 글로벌 협의체에서 실증하며 글로벌 표준화를 목표로 협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일부가 주도하는 남북교류협력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계 인사가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상민 의원은 “북한과의 교류가 체육·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기술 교류 비중도 커져야한다”며 “통일부가 주도하는 남북교류협력에 과학기술, 표준이 일차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UN) 대북 제제에 첨단과학기술 협력이 금지됐는데, 대북 제재와 관계가 적은 표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영일 통일부 과장은 “정부는 추상적 협력보다 실제 현장의 철도·도로·산림 협력, 전력 통신과 신호체계부터 접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통일과학기술연구협의회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민주당 과학기술특별위원회·정보통신특별위원회가 주관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