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요금 오르고, 카풀은 안 되고'...'승객편의' 실종

카풀 등 승차공유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며 '이용자 편의 향상'이라는 본질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 선택권'은 확대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가 택시요금을 인상, 교통비 부담까지 상승하는 이중고를 맞았다. 경기도 역시 이르면 3월 서울시에 준하는 수준으로 요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16일 새벽부터 택시요금을 인상했다. 2013년 이후 5년 4개월 만이다. 3000원이던 기본료는 3800원으로, 심야 기본료는 4600원으로 변경된다. 미터기 인상 속도도 빨라진다. 거리 기준을 142m에서 132m로 줄였다. 시간 기준은 35초에서 31초로 단축해 100원씩 요금을 추가한다. 자정부터 새벽 4시 사이 적용되는 심야 기본요금은 3600원에서 4600원으로 1000원 인상했다.

서울시는 이번 요금인상으로 승차거부 등 폐해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거리당 요금보다 기본료 인상 폭이 커 단거리 승객을 기피할 이유가 적다는 것이다.

요금 인상을 앞두고 서울개인택시조합은 7일 승차거부 근절 등을 담은 '서울개인택시 서비스 개선 5대 다짐'을 발표했다. 서울시 역시 2월 승차 거부 지수가 많이 쌓인 회사 22곳을 대상으로 운행정지 조치를 내리는 등 단속을 강화했다.

단거리 승차거부는 그동안 택시 초과수요 주범으로 지목됐다. 초과수요는 승차를 원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다는 뜻이다.

서울디지털재단과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분석한 '시민 이동성 증진을 위한 심야교통 현황 분석'에 따르면 심야시간 택시 초과수요는 강남역, 종로, 홍대, 이태원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초과 수요 상당수는 단거리 이동을 원할 경우에 발생했으나 강남역에서 관악구, 종로에서 은평구 외곽 지역으로 가는 중거리 수요에서도 초과수요가 많이 발생했다.

지방자치단체와 택시단체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요금 인상으로 승차거부를 줄이기는 힘들 것이란 의견을 내놓는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택시요금 인상만으로 승차거부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면서 “오히려 기본료가 낮은 경우에는 승차거부에 명분이 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카풀 등 택시산업 폐해를 줄일 대안으로 꼽히는 승차공유는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특히 카카오에서 시작된 카풀 반대 움직임은 최근 타다, 풀러스까지 번졌다. 국회가 마련한 대타협 기구가 택시업계에 끌려 다니며 논의가 변질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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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택시와 플랫폼의 상생발전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참가한 택시이익단체장들과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오른쪽) .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카카오 철수하면 카풀 연쇄 영향 불가피....“타협으로 해결할 사안 아냐”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은 지난 12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카풀 반대 시위에서 “어렵게 마련된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성공적 논의를 위해 타다·풀러스 등 불법 유사 택시영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합법과 불법 경계에 선 승용차 유상운송에 이어 합법인 승합차(11인 이상) 유상운송까지 중단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국회가 주도한 대타협 기구는 3차 회의 이후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2차 회의에서 “택시에 플랫폼 기술을 결합한다”는 애매모호한 결론을 낸 대타협 기구는 3차 회의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합의문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카풀 사업 포기 움직임이 조성되는 분위기다. 수익화 가능성에 비해 제도 제약과 택시업계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승차공유 업계 관계자는 “대타협 기구 참여 당시 카카오가 언급한 '백지화'가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카카오가 카풀 사업에서 철수하면 타다 등 다른 서비스도 '지붕'이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 교수는 “택시업계 이해관계는 법인기사, 개인기사, 이익단체 등 주체별로 다르고 매우 복잡하다”면서 “이런 관계는 타협이라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정부와 국회는 대타협이라는 명분에 묶여 단기적 합의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승객편의, 산업 생태계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장기적인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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