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무부, "자동차 수입이 국가안보 위협한다"...高관세 근거 마련

미국 상무부가 자동차 수입이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려고 수입차와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법적 근거를 규정한 것이다.

AFP통신은 상무부가 오는 17일(현지시간)까지 백악관에 제출할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고 소식통 2명을 인용해 14일 보도했다.

상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통상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연방 법률인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작년 5월부터 이 사안을 조사해왔다.

수입차가 국가안보를 해친다는 결론이 백악관에 제출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이내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결정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수입차나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삼고 있는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자동차 업계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관세가 어떤 범위의 제품에 대해 얼마의 세율로 부과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교역 상대국들과의 무역협상을 고려해 내리는 결심이 사실상 절대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무역 전문가들을 인용,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추진동력은 이미 알려진 상황이고 이미 보고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에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첨단 부품과 전기차에서부터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여러 선택지를 두고 선호에 따라 부과 방안을 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위스의 투자은행 UBS는 EU가 수출하는 완성차에만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것이며 부품이나 다른 지역 자동차, 부품은 표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진행해온 과거 협상의 결과, 소비재 가격상승에 따른 여론 악화 우려를 고려할 때 이번 자동차 부과가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는 취지의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계획하는 자동차 관세에서 한국이 제외될 가능성에 대해 “최근 만난 미국 정부와 의회 인사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달했다.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때 이미 자동차 부문에서 일정 부분 양보를 했으나 현재 추진되는 별도의 자동차 관세에서 면제될지는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자동차 관세가 집행될 경우 회원국 중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기간산업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EU는 백악관과 상무부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하다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의 작년 7월 정상회담에서 무역협상을 진행하기로 하고 그 기간에는 관세 타격을 가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EU 집행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런 절차(무역전쟁 휴전)를 깨버릴 수 있는 어떤 종류의 조치도 쌍방이 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은 작년 7월 공동성명에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장뤼크 드마르트 EU 집행위원회 통상총국장은 미국이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경우 EU 집행위가 200억유로(약 25조4000억원)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맞불을 놓을 관세 목록을 작성해뒀다고 지난달 유럽의회에 증언했다.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큰 일본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까닭에 상황을 우려 속에 주시하고 있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일본과의 양자 무역협정에서 자동차 부문 협상을 명시하며 비관세장벽 철폐, 미국 내 자동차 생산과 일자리 증대를 협상 목표로 삼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안을 두고 미국 내부에서는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수입차 딜러들은 자동차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이 올라 매출이 줄면서 대량실업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연구소인 오토모티브리서치센터는 수입차 전체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딜러들의 매출 66억5천만 달러(약 7조5000억원)가 줄고 11만75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행정부 내에서도 자동차 관세를 지지하는 고위관리가 드물며 미중 무역전쟁에 집중하기 위해 동맹국들의 힘을 결집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복심으로 거론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도 자동차 관세에는 회의적이라고 보도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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