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술로 만든 핵융합 연구장치 'KSTAR'가 1억도 플라즈마 불꽃을 피우는데 성공했다. 토카막 장치, 플라즈마 중심 이온온도를 기준으로 거둔 세계 최초 성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와 국가핵융합연구소(소장 유석재)는 지난해 8~12월 진행한 KSTAR 플라즈마 실험 결과 이온온도 기준 1억도 이상 초고온 고성능 플라즈마를 1.5초간 유지했다고 13일 밝혔다.
KSTAR는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장치다. 플라즈마를 자기장으로 가두는 '토카막'으로 플라즈마를 생성한다. 매년 세계 최고 수준의 운전실험 성과를 내놓고 있다.
플라즈마 온도 1억도 달성은 핵융합 발전 필수 선결과제다. 1억도 이상 온도에서 중수소·삼중수소 간 핵융합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지난해 중국 핵융합 연구장치 'EAST'도 1억도를 달성했지만, KSTAR 성과가 더 우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이 달성한 1억도 온도는 이온이 아닌 전자 기준이다. 전자는 이온보다 온도를 높이기 쉽다.
'내부 수송장벽(ITB) 모드'를 구현하는 실험 과정에서 성과가 나왔다. ITB 모드는 플라즈마 내부에 외부 유출을 막는 장벽을 생성, 성능을 높인다.
핵융합연은 이밖에 고성능플라즈마 모드인 'H-모드' 연속 운전 시간을 90초 간 유지하는 것에도 성공했다. H-모드 온도는 전자 기준 7000만도다.
핵융합연은 이번 성과를 20~22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하는 'KSTAR 콘퍼런스 2019'에서 국내외 연구자에게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성과는 올해와 향후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 기반이 된다. 올해 KSTAR 실험 목표는 플라즈마 온도 1억도 10초, H-모드 100초 이상 유지다. 오는 2025년까지는 1억5000만도 플라즈마를 300초까지 유지하는 기술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번 성과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 내 우리나라의 위상도 높아질 전망이다. ITER는 핵융합에너지 대량 생산 가능성을 실증하는 대규모 장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핵융합 기술 선진 7개국이 공동 개발하고 있다.
유석재 소장은 “이번 성과는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주체인 이온 온도를 기준으로 1억도를 달성한 것으로, 토카막 핵융합장치로는 세계 처음”이라며 “보다 도전적인 목표로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