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는 방탄소년단·엑소·세븐틴 등 아이돌이 이끄는 K팝을 토대로 파급 범위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 영역으로 심화 발전하고 있다. K팝 스타 패션과 비주얼을 모방하려는 K뷰티, 한국음식 호기심과 선호도 증가에 따른 K푸드까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한류 분위기는 최근 TV 프로그램에서도 잘 드러난다. 2017~2018년 방영작 '윤식당'과 방영 중인 '국경없는 포차' 등은 한식(韓食)에 대한 현지인 반응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으로 한류의 새로운 전기를 타진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컬처에센스'에서는 '윤식당' '국경없는 포차' 를 바탕으로 제3 한류를 이끌 K푸드 가능성과 방향을 확인해본다.
◇관광객 중심 해외지역서 K푸드의 유연함-다양성 보여준 '윤식당'
K푸드는 K팝 한류를 접한 외국인 선호도에 따라 확산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최근 방영된 '윤식당'과 '국경없는 포차' 등 글로벌 푸드 프로그램은 K푸드 분야의 다양한 시사점을 갖게 한다. 먼저 '윤식당'은 타이틀 그대로 세계 각 지역에서 '한국 식당'을 열고, 현지인과 함께하는 콘셉트로 두 시즌에 걸쳐 방영됐다.
인도네시아 발리를 배경으로 한 시즌 1은 이서진·윤여정·신구·정유미 등이 현지를 찾은 각국의 여행자들에게 불고기를 기초로 한 음식들을 제공하며 반응을 살펴보는 형태로 진행됐다. 당시 방영분 속 현지인 반응은 꽤 호의적이었다. 관광지라는 특색에 힘입어 낯선 음식의 경계감이 적었음은 물론, 한국의 대표 음식인 불고기를 기초로 한 음식들을 선보이면서 대부분 호평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스페인 가라치코 배경의 시즌 2는 좀 더 다양한 모습이 나타났다. 시즌 1 출연자 가운데 신구를 대신해 박서준이 참여했던 시즌 2에서는 비빔밥·갈비·닭강정·잡채·호떡 등 다채로운 음식이 유럽인에게 직접 제공됐다.
현지인 반응도 다채로웠다. 간장을 중심으로 현지에 맞게 단맛을 강조한 비빔밥과 잡채·갈비 등으로 호평하는가 하면, 김치전·고추장에 대한 호불호까지 이어지며 출연자들이 대응하는 모습들이 펼쳐졌다.
'윤식당'은 두 시즌 간 방영분을 통해 한식에 대한 다양한 현지인 반응과 시사점을 남겼다. 이는 곧 K푸드가 갖춰야 할 유연함과 다양성을 생각하게 했음은 물론, 호불호 기준에 따른 선제적인 진출방향에 대해서도 가늠케한다.
◇정통 K푸드와 한식문화의 파급력 보여준 '국경없는 포차'
'국경없는 포차'는 윤식당을 비롯한 일련의 푸드 프로그램과는 상황이 좀 다르다. '국경없는 포차'는 국내 포장마차 콘셉트를 그대로 해외에 선보인다는 취지의 프로그램답게 프랑스 파리·덴마크 코펜하겐 등 유럽 중심가를 배경으로, 박중훈·안정환·신세경·이이경·윤보미·샘오취리 등 출연자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이를 접하는 현지인들과의 소통을 담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발리, 스페인 가라치코 등 현지 관광지가 아니라 도심지 내에서 스트리트 펍(PUB) 형태의 푸드 팝업스토어를 통해 높은 대중접점과 함께 한국 식문화의 다양함을 전한 것에 특별함이 있다. 조절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정통 한국식 포장마차 안주를 선보임은 물론, 소주·맥주 등 양산형 주류를 비롯해 막걸리와 복분자주 등 국산 저도주를 선보인 바도 눈에 띈다.
'국경없는 포차' 시도는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먼저 기존까지 호불호가 적은 메뉴를 기준으로 한 한식당을 접하던 외국인들에게 길거리 푸드 팝업스토어라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갔다. 이는 식사예절이 분명한 서양의 정통 레스토랑이나, 일련의 한식당에서는 있을 수 없는 주변 손님과 담화부터 출연자와 속 깊은 이야기까지 다양한 콘셉트를 유발하게 했다.
또 음식 종류의 다양성과 함께, 정통 한국식 조리법에 따른 메뉴 호불호도 뚜렷하게 등장했다. 정통 불닭과 떡볶이 매운맛에 호불호 수준이 드러나는가 하면, 어묵탕이나 닭모래집 볶음 등 포장마차 대표메뉴와 소주·맥주는 물론 막걸리·복분자주까지 가볍게 즐기는 모습이 기본적인 호평 위에 다양하게 펼쳐졌다. '국경없는 포차'는 기존과는 다른 관점으로 한식의 다양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한식문화의 유연성과 소통성을 보여준 것으로 K푸드의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K푸드의 시대, 유연성·다양성·소통성이 해법
'윤식당'과 '국경없는 포차'는 K푸드 활성화에 대한 시각과 해법을 도출시켰다. 두 프로그램이 남긴 K푸드 활성화 핵심요소는 유연성과 다양성, 소통성 등 3가지다.
먼저 유연성은 현지인 반응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처했던 두 프로그램 출연자의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전답사를 통해 확인한 현지인 식문화에 맞춘 메뉴를 추가한다거나, 매운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단맛을 끌어올리는 등의 행동은 현지인 입맛을 능동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한식의 기본 정체성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가 다른 맛이나 메뉴를 추가한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한식 특성과 입맛을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국경없는 포차'의 경우는 응용 메뉴보다는 정통 한국식 그대로에 가까운 형태로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곧 세계진출을 노리는 한식 메뉴들이 다소 본래의 맛이나 색감 등을 잃으면서 반응 자체가 시들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함을 의미한다.
다양성 측면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불고기를 기반으로 버거, 국수, 밥과 함께 내거나, 채식주의자에 맞는 유부 비빔밥을 선보인 윤식당의 경우처럼 단일메뉴 자체의 확장과 함께, 오늘의 스페셜 메뉴로 다양한 한식을 선보인 '국경없는 포차'의 방식은 모두 현지인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더욱 증대시키고, 한식문화의 익숙함을 유도할 수 있는 방편으로 보인다.
소통성 측면은 한식문화 유연성을 유도하는 바와 동시에 한식문화 속에 숨은 공동체적 특성에서 볼 수 있다. 펍(PUB) 스타일의 푸드 팝업스토어인 '국경없는 포차'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주문내용을 주고받음은 물론, 술과 음식을 즐기며 하나로 융합하는 모습은 서양 레스토랑은 물론 일식이나 중식에서도 흉내내기 어려운 한식문화 속 공동체적 성격을 잘 묘사한다. 이런 부분은 개인주의에 가까운 서양인들이 동경하는 문화로 한식을 매개로 한 식문화의 파급이 가능하다 할 수 있다.
이 밖에 서양 와인문화와 같은 한식 내 반주문화는 빠르게 한식을 파급시킬 방향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소주 등의 고도주 보다 막걸리·복분자주 등의 단맛이 강한 저도주는 서양문화 속에서 빠르게 흡수될 수 있는 부분임과 동시에, 다양한 형태로 분화 발전할 수 있는 전기를 보인다. 전체적으로 '윤식당'과 '국경없는 포차'는 글로벌 푸드 프로그램이라는 기본 포맷으로, 다양한 현지 반응을 리얼하게 보여준다는 것과 함께 한식을 대내외적으로 알린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극적인 재미를 위해 편집이나 사전 섭외 등이 포함된 것도 감안해야 하겠으나, 단순 국수-사대주의에 치우쳐 무조건 옹호하거나 비난하기보다 메인 소재가 되는 K푸드가 실제 어떤 방향으로 비춰지고 그에 따른 해법은 무엇일지 고민한다면 K팝-K뷰티를 잇는 K푸드의 시대가 확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