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여섯 번째로 의료기기 단일심사프로그램(MDSAP) 가입을 추진한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다섯 개 국가와 규제를 단일화해 K-의료기기 수출 날개를 단다. 유럽연합(EU), 중국, 싱가포르 등 가입을 원하는 국가와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해 정밀한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2년 MDSAP 가입을 목표로 올해 규제 동향 파악과 가입 전략을 수립한다고 7일 밝혔다.
MDSAP는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에서 의료기기 안전과 품질관리를 위해 국제 기준에 따른 공동심사를 목적으로 만든 인증제다. IMDRF에 속한 미국, 캐나다, 호주, 브라질, 일본 등 다섯 개 국가가 공동 운영한다. MDSAP 인증을 받은 의료기기 제조사는 다섯 개 국가에 한해 개별 국가 인허가를 따로 받을 필요가 없다.
식약처는 MDSAP 프로그램 참여를 목표로 가입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IMDRF에서 내년 MDSAP 가입 기준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연말까지 △국가별 MDSAP 인정 범위 △심사기관 운영 현황 △국내외 기업 심사 사례 △우리나라 GMP 제도와 비교·분석 등을 진행한다. 동향과 운영 현황 등 파악이 끝나면 내년부터 가입 신청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임경택 식약처 의료기기관리과 사무관은 “내년에 MDSAP 가입 요건이 나옴에 따라 기초적인 제도 정보를 포함해 각국 운영현황, 가입 시 필요한 내용 등을 올해 조사할 예정”이라면서 “올해까지 조사한 결과를 내년도 신청 준비에 활용하고, 2022년 가입 완료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2017년 IMDRF 열 번째 회원국에 가입했다. MDSAP 참여에 기본 요건은 갖췄다. 중요한 것은 MDSAP 가입을 노리는 IMDRF 회원국이 많다는 점이다. EU를 시작으로 중국, 싱가포르, 러시아 등 쟁쟁한 국가와 경쟁해야 한다. 내년도 가입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MDSAP 여섯 번째 가입국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본격화된다.
가입에 성공하면 주요 의료기기 국가 간 단일 규제를 적용받는다. 미국, 브라질, 일본 등 개별 국가마다 따로 의료기기 품질관리 기준(GMP)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단 한번의 MDSAP 인증으로 해결된다. MDSAP 가입 다섯 개 국가의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전체 시장의 55~60%에 달한다.
임 사무관은 “브라질은 의료기기 GMP 심사를 할 때 2년가량 걸리는데, MDSAP에 가입하면 현장실사를 면제하는 등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서 “캐나다에서는 해외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판매를 위한 GMP 인증 역시 MDSAP로 단일화하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쟁쟁한 국가와 경쟁에서 이길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유럽은 미국을 제외한 세계 최대 의료기기 시장이며, 중국은 잠재적으로 가장 큰 시장이다. 싱가포르, 러시아 등도 국가 차원 지원으로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우리나라 식약처는 3D프린팅,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 ICT가 접목된 의료기기 규제 분야에 선제적으로 움직인다. 다만 국내 의료기기 대다수가 영세한 단점이 있다.
김은혜 TUV 라인란드 코리아 선임 심사원은 “세계 의료기기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의 규제 장벽이 낮아진다는 점에서 MDSAP 참여 동기는 크다”면서 “MDSAP는 ISO13485 표준과 유사한데, 우리나라 식약처 GMP 인증도 이 표준을 따르는 만큼 가입할 경우 우리 기관·기업이 적응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