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지털 통상 분야 최대 쟁점은 지도 반출과 소스코드 공개다.
두 사안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가 나라 간 합의로 돌출됐다. CPTPP는 국경 간 데이터 이전, 서버 현지화, 소스코드 비공개 등 세 가지 규정을 마련, 회원국에 의무를 부여했다. 미국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서는 가장 진일보한 규범으로 평가받는다. CPTPP에는 11개 나라가 참가했다. 당초 미국도 회원국이었지만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탈퇴했다.
우리나라는 회원국이 아니다. 하지만 CPTPP 영향은 상당하다. 국제적으로 통용될 디지털 통상 규범에 CPTPP 조항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기준점 역할을 할 전망이다. 우리로서는 대응책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다.
국경 간 데이터 이전이 가장 민감한 이슈다. 지도 반출 문제와 엮여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도 데이터 확보에 사력을 다한다. 구글맵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서다. 미국 정부도 구글, 아마존과 같은 자국 기업 이익이 달려있다 보니 적극 지원 유세에 나섰다.
다만 중국이나 유럽연합(EU)은 보안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구글 요청을 거부한바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국내에 서버를 두고 지도상에 군사기밀시설 등을 가리도록 요구했다. 구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구글은 데이터를 손에 쥘 기회를 계속 엿보고 있다.
소스코드 비공개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기업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영업비밀 성격인 소스코드를 보호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과도한 소스코드 요구에 따른 영업비밀 유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내도 보안 감청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일부 산업에 한해 소스코드를 검사한다. 원칙적으로는 비공개에 동의하면서도 국내 실정에 맞는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이 같은 논의가 한창이다. 우리 정부도 적극 참여 중이다. 하지만 CPTPP를 넘어서는 정교한 규범이 나오긴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입국이 많다 보니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예민한 주제를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양자간,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국내 사정에 유리한 디지털 통상 규범을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 책임 관련 규정을 만들 방침”이라며 “우리 기업 해외 진출이 수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