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디지털 통상시대, 선제대응으로 기회 늘려야…핵심이슈 갈등 해소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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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 세계무역기구(WTO)가 20년 간 공전한 디지털 통상규범 마련에 착수한다. WTO는 24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비공식 통상장관회의를 계기로 전자상거래 규범 논의를 시작한다. 디지털 무역 확산 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새로운 규범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이라는 회원국 공감대 형성에 따른 것이다. WTO는 올 상반기에 공식 협상을 시작할 방침이다. 우리 정부도 이에 맞춰 디지털 통상정책 수립에 나섰다. 디지통 통상규범에 선제 대응해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 교역 참여 기회를 늘리고, 혁신성장을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데이터 국경 이전, 서버 현지화, 플랫폼 기업 책임 등 국가 간 첨예한 갈등 요인을 푸는 것이 과제로 부상했다.

'디지털 통상'은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ICT)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국가 간 교역활동 전반을 일컫는다.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제품기획-생산-유통-고객관리-소비 전 과정에 걸쳐 혁신이 촉진되고 있는 것이 핵심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신기술 발전으로 자율주행차, 디지털 헬스케어 등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창출된다. 이 같은 혁신은 글로벌가치사슬(GVC)을 매개로 급속히 확산되고, 글로벌 무역통상에도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실제 연간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2조달러가 넘고, 우리나라는 1조달러로 세계 5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 산업계의 디지털 상거래 이용률도 2006년 10.6%에서 2016년 22.9%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금융·보험업 38%, 운수업 33.5%, 제조업 19.6% 순으로 이용이 활발하다.

무역차원에서 디지털화는 비용절감과 함께 노동·기술·자본에서 데이터 처리기술로 비교 우위가 바뀌는 변화로 나타난다. 무역 대상이 기존 상품에서 데이터와 서비스로 점진적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3D 모델링 파일을 전송받아 3D 프린터로 출력하는 데이터 교역이 등장하고, IT 하드웨어 판매도 클라우드 등 데이터 서비스 판매로 변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우리 산업에 기회와 도전과제를 동시에 제시한다. 디지털 인프라 및 서비스 접근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 교역 참여 기회가 확대되는 것은 기회다. 디지털 서비스 무역으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고, 혁신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계기다.

하지만 기존 법령과 통상규범으로는 해외 인터넷 기업 규제, 과세, 원산지 증명, 분쟁 해결 등을 해결하기가 마땅치 않다. 데이터의 국경 간 이전, 서버 현지화, 플랫폼 기업 책임 등 선진국과 개도국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도 위기 요인이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 지위가 심화될 경우 소비자 권익 침해, 불공정 행위 등에 대한 통제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주요국은 디지털 통상 대응을 본격화했다. 미국은 첨단 기술과 서비스 경쟁력을 갖춘 자국 인터넷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기 위해 외국 정부 규제 최소화에 집중한다. 미 의회는 외국 디지털 무역장벽 해소시, 매년 자국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3% 상승하고, 일자리 40만개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은 역내 단일시장화를 추진하지만, 대외 개방에는 소극적이다. 중국도 독자적 시장규제와 규제체계를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미중 무역갈등이 해소되도 디지털 통상 규범에서 또 다시 첨예한 대립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책적 관심은 증가했지만, 통상적 관점은 아직 부족하다. 우리 기업 경쟁력을 감안한 디지털 통상규범 검토도 미흡하고, 연구·네트워크 기반도 부족하다.

주무부처이 산업통상자원부는 디지털 통상규범 정립에 선제 대응하고, 공정한 디지털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3대 전략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자 및 양자 통상협력을 통해 우리 기업의 시장 확대를 지원한다. 디지털 통상 기반을 강화하고, 국내 제도를 선진화하는 것도 과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디지털 통상정책이 개방형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에 대한 규범을 정립하면 우리 기업이 협소한 국내 시장을 벗어나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안영효 인천대 교수는 “전자상거래가 기업간거래(B2B)에서 기업-개인간거래(B2C)로 확장되면서, B2C 불공정거래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며 “디지털 통상정책 방향은 규제 강화가 아니라, 공정거래를 위한 규범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통상규범 및 표준 제정 과정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곽동철 무역협회 연구원은 “WTO 전자상거래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 WTO를 무력화하려는 미국의 시도가 노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디지털 통상 관련 국내 표준정책이 국제표준에 부합하는지 점검하고 선도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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