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가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올해 경영 목표로 내걸었다. 지난 수년간 집중했던 외형 확대 기조에서 벗어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한다. SK텔레콤, SK플래닛 등 이른바 정보통신기술(ICT) 패밀리 시너지를 기반으로 미래 먹거리를 찾는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상호 11번가 대표는 전 임직원에게 BEP 달성을 한 해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해 9월 SK플래닛에서 독립하기 전까지 확보한 매출·거래액 규모를 유지하는 한편 수익 구조를 개선해 탄탄한 경영 기반을 마련하는데 집중한다.
11번가는 지난해 1~3분기 604억원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분기 평균 200억원 안팎이다. 전년 동기(1068억원) 대비 43% 가량 줄었다. 가격비교 등 부가 서비스 의존도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등 수익성을 개선한 덕이다.
11번가 작년 총 영업손실은 800억~900억원대로 추산된다. 4분기 연중 최대 프로모션 '십일절' 등에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투입한 것을 감안했다. 2017년 총 영업손실은 1500억원이다. 매출 규모를 유지하면서 손실을 대폭 줄인 것이 고무적이다. 연 거래액은 9조원대, 연 매출은 7000억원 안팎으로 각각 예상된다.
11번가는 지난해까지 마케팅에 대규모 비용을 쏟아부었다. 가격 변동에 민감한 e커머스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수천억원 적자가 발생하면서 향후 재무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1번가는 올해 BEP 달성을 위해 SK그룹 ICT 관계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기술 및 사업 경쟁력을 융합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 SK텔레콤, SK플래닛, 11번가가 보유한 개인화·추천,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을 커머스 영역에 적극 활용한다.
SK텔레콤 커머스사업부장을 겸직하는 이상호 대표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를 방문했다. 주요 e커머스 업체 수장 가운데 유일하게 CES를 참관했다. ICT 및 커머스 관련 최신 시장 상황을 살피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 관계자는 “새해 커머스 관련 정보와 콘텐츠를 모아 제공하는 '커머스 포털'로 진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AI와 빅데이터 등 최신 ICT를 기반으로 사용 편의를 극대화하는 한편 고객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을 적극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2018년 1~3분기 11번가 매출·영업손실 현황(단위 십억원)
자료:SK텔레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