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에너지 분야 석·박사급 인력 양성을 지원한 사업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넘지 못하면서 내년도 신규 사업 예산 반영 여부가 불투명하다. 탈원전 정책으로 에너지산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미래 에너지 인력 양성 기반마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범정부 차원에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미래에너지산업 창의·융합 인재육성사업'이 지난해 12월 실시된 예타에서 미시행 판정을 받았다.
미래에너지산업 인재육성사업은 산업부 주관으로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 이행에 필요한 창의·융합형 인재 4600명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2020년부터 11년 동안 정부 출연금 3201억원 포함, 총 4424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이다.
기존 산업부 '에너지인력양성사업'의 후속 사업이다. 산업부는 2001년부터 신재생, 전력, 수요관리 등 분야별로 인력 양성 사업을 수행해 오다가 2010년에 에너지인력양성사업으로 통합했다. 이후 7년 동안 총 1854억원을 지원했다. 올해 사업이 일몰됨에 따라 미래에너지산업 인재육성사업을 신규 사업으로 기획했다. 과기정통부, 교육부 등이 일부 유사 인력 양성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에너지 산업 전반에 걸쳐 인력 양성을 총괄 지원하는 것은 이 사업이 유일하다.
기획재정부로부터 예타 권한을 위탁받은 과기정통부는 지난 6개월 동안 본 평가를 실시했다. 인력 미스매치 원인 분석 미흡, 과기정통부·교육부 사업과의 차별성 부재 등을 이유로 사업 미시행을 결정했다. 과기정통부가 가장 큰 비중을 두고 보는 과학기술 타당성에서 미흡 판정을 받았다. 또 다른 검증 항목인 정책 타당성 검토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대규모 사업 추진에서 예산 집행 효율화를 위한 기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기존 사업이 일몰되면 신규 사업은 새 환경에 맞는 기획력을 확보해야 장기간 사업 이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업을 다시 기획해서 예타를 신청하려면 적어도 6개월이 소요된다. '재요구사업'으로 다시 예타 심사를 받는 기간을 감안하면 사실상 내년도 신규 사업 예산 반영이 불가능하다. 에너지 연구개발(R&D)을 추진하는 산업계는 석·박사급 등 고급 인력 활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최근 에너지 R&D는 탈원전 정책으로 말미암아 원자력 산업 분야 위축에 직면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에너지 전환에 주안점을 둔 새로운 인력 양성 사업마저 제동이 걸렸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요 과제로 내세운 에너지 전환과 관련한 신재생에너지, 수요관리 등 신기술 R&D 인력 공급에 역으로 작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산업 인력 양성을 이어 가기 위해서는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산업부는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