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이례적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이 세계 경기둔화 우려를 더 부추기면서 새해 벽두부터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애플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폐장 후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중국 매출 부진을 이유로 2019 회계연도 1분기(작년 12월 29일 종료) 매출 전망치를 5∼9% 내렸다.
2007년 아이폰이 첫 출시된 이래 이런 식의 경고는 처음있는 일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이는 미·중 무역 전쟁,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과 정치권 불안, 브렉시트를 비롯한 유럽경제 불안 등 겹악재에 노출된 금융시장에 미국 기술기업 성장성 우려와 중국 경기둔화 불안감을 가중하면서 세계 경제에 우려를 증폭시켰다.
3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는 순간적으로 환율이 급등락하는 '플래시 크래시'가 일어났으며 주요국 증시에서 기술주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엔화는 3일 오전 애플의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장중 한때 달러당 104.87엔까지 올라갔다.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엔화 급등세는 이후 다소 진정됐으나 오후에도 달러당 107엔 안팎을 오가며 전날보다 2%가량 상승한 수준에서 거래됐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 2.7% 상승해 주요 10개국 통화 중 유일하게 달러 대비 강세를 나타냈다.
반대로 호주달러 가치는 급락했다. 주요 광물자원국이며 대중국 무역 흑자국인 호주 경제는 중국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다.
호주달러는 이날 장중 전 거래일보다 3.5% 떨어진 1호주달러당 0.6741달러까지 내려갔다.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후 0.693달러로 올라갔지만, 여전히 2016년 2월 이후 처음으로 0.7달러 밑에 머물고 있다.
일본 증시 휴장으로 거래량이 낮은 것도 가격 급변동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됐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서는 애플 충격으로 기술주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기술주 비중이 큰 대만 자취안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0.65% 떨어졌으며 그중에서 정보기술 부문은 1.35% 하락했다.
아이폰 위탁생산업체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 주가는 1.71%, 칩메이커 TSMS 주가는 1.82% 내렸다.
홍콩 항셍지수는 오후 3시 30분 현재 0.64% 내렸으며 그중 정보기술 부문은 7.5% 폭락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애플 협력업체 AAC테크놀로지와 서니옵티컬은 각각 6.78%, 7.9% 급락했다.
이 시각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각각 0.17%, 0.59% 하락했다.
선전증시에 상장된 애플 협력업체 쑤저우둥산정밀은 10% 가까이 폭락했고 리쉰정밀도 4.46% 하락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