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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슈피겐코리아 대표.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슈피겐코리아를 미국 프록터앤드갬블(P&G) 같은 메가브랜드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입니다.”

김대영 슈피겐코리아(이하 슈피겐) 대표는 휴대폰 케이스 성공 노하우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 도전, 제2·제3 성공 사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슈피겐은 국내보다 미국,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다.

김 대표가 P&G를 벤치마킹하겠다는 건 휴대폰 케이스 등 단일 제품·브랜드 성공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제품·브랜드로 확장, '패밀리 제품·브랜드'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휴대폰 케이스를 중심으로 10년 만에 글로벌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브랜드로 만든 자신감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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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X(텐) 발표때 슈피겐이 등장했다.

애플이 2017년 아이폰X(텐) 발표 행사에서 무선충전 기능 소개 배경에 슈피겐 로고를 내걸었다. 다른 브랜드 무선충전기도 아이폰과 호환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몇 개 브랜드 로고를 노출하며 슈피겐을 포함했다. 사전에 협의된 사안은 아니었다. 미국에서 슈피겐 브랜드 파워가 분명하다. 야구장, 지하철, 공항 등 어딜가도 슈피겐 제품을 볼 수 있다. 애플이 아이폰 행사에 슈피겐 로고를 노출한 것은 미국에서 슈피겐 입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였다.

▲사업 성과는.

슈피겐은 한국 본사와 미국 지사를 중심으로 세계 60여개국에 진출했으며 2017년 기준 2249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미국에서는 2일 기준으로 아마존 판매 셀러 순위 10위를 기록했다. 한국 매출은 2017년 기준 약 280억원으로, 미국 다음으로 두 번째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금액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매출 비중이다. 국내는 다른 나라와 달리 케이스(액정류 포함)와 MOB(무선충전기, 차량용 거치대 등 기타 제품군) 매출이 같은 비중이다. 소비자가 슈피겐 제품을 믿고 폭넓게 구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품목을 확대하는 이유는.

슈피겐은 'Something you want'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폭넓게 선보이고자 지속 투자하고 있다. 주력 상품인 케이스만 놓고 보더라도 기존 남성 디자인 위주였던 한계를 넘어 '씨엘' '시릴' 등 여성이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확대했다. 같은 맥락에서 선보이는 '라마농'은 기존 남성적이었던 이미지를 탈피한 슈피겐 대표적인 여성용 가죽 케이스 라인업이다. 애플 정품 케이스와 비교해도 내구성이 우수한 것은 물론, 저렴한 가격대로 구성해 합리적 구매를 추구하는 여성 고객을 공략했다.

▲마케팅 전략은.

체험 마케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브랜드는 주입식으로 명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 이용자가 제품을 보고, 만져보고, 느낌을 경험해야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다고 믿는다. 제품에 대한 긍정 기억은 브랜드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결정적 계기를 만든다. 슈피겐 제품에서 나아가, 문화 체험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선정릉으로 본사 사옥을 이전하면서 지역사회와 스타트업 등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슈피겐홀 역시 수익 창출 목적보다는 문화 행사를 지원하고 경험의 장으로 조성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신사업 계획은.

앞서 말했듯 모바일 액세서리를 넘어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관련된 제품을 개발·출시할 계획이다. 아마존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슈피겐 유통·물류 노하우가 경쟁력이다. 다양한 제품이 슈피겐 유통 노하우와 결합한다면 충분히 승산 있다고 판단한다. 간혹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해 아마존에서 시험적으로 선보이려고 한다. 최근에는 마스크팩 등 코스메틱 제품을 아마존에서 판매한 바 있다.

▲성장 전략은.

P&G 같은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P&G에는 질레트, SKⅡ, 페브리즈, 팬틴, 비달사순, 프링글스 등 다양한 브랜드가 있다. 각 품목별로 브랜드를 만들고, 브랜드를 책임지는 각자 대표 체제로 가는 게 궁극의 목표다. 슈피겐을 중심으로 각 품목별 브랜드를 만들고 각각 성공스토리가 새롭게 써지길 바라는 거다. 슈피겐은 이미 충전기·음향기기 등 IT 주변 기기를 다수 선보였으며 최근에는 물병·랜턴 등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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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케이스 사업 계기는.

2007년 6월 애플이 아이폰을 공개했는 데 전면이 유리로 제작됐다는 걸 알았다. 당시 대부분 휴대폰은 액정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이폰 충격을 흡수할 케이스 사업이 시장성이 있겠다고 판단했다. 당시 국내에는 휴대폰 케이스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휴대폰을 구입하면 케이스를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수준이었다.

▲미국으로 건너간 이유는.

슈피겐은 아이폰 등장 이후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 열리던 2009년 초에 설립했다. 국내는 모바일 액세서리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을 먼저 공략하기 위해서는 미국(북미)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초기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미국에서 일부 매출이 발생했지만 아시아 매출 비중이 훨씬 컸다. 뒤늦게 미국으로 보낸 물건이 아시아로 넘어가 판매될 정도로 관리가 부실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2011년 12월 직접 미국으로 떠났다.

▲기억에 남는 일화는.

2009년 말 아이폰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모바일 액세서리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인터넷 포털 다음에서 직원에게 아이폰 2000대를 선물로 나눠준다는 소식을 접하고, 전용 케이스 2000개를 기증했다. 당시 값어치는 3000만원 정도였다. 휴대폰 케이스 시장이 열릴거라 믿고 한 과감한 투자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다나와·에누리 같은 가격 비교사이트에 아이폰만 검색해도 우리 제품이 함께 나왔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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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공장은.

생산공장은 한국, 중국에 있다. 최근에는 중국 공장 때문에 고민이 크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들여오는 물량이 상당수인데, 관세가 4%에서 10%까지 올랐다. 현지에서는 관세가 올해 30%까지 치솟을 거란 예상도 나온다. 다수 하드웨어 제조업체가 중국을 떠나 제3국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대만, 베트남이 인기더라.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우리도 중국에서 계속 제품을 생산하는 게 현명한 것인지 우려된다.

▲중국 시장 분위기는.

중국은 슈피겐 제품도 짝퉁(모조품)이 유통되는 시장이다.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짝퉁 제품은 우리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실적이 좋았다. 저가형 로컬 브랜드가 등장하면서 우리 같은 해외 브랜드는 전부 밀려났다. 하지만 중국은 규모로 봤을때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지난해 중국에 영업부서를 만들었고, 15명이 현지에서 근무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당분간 휴대폰 케이스 사업에 집중하려고 한다.

▲폴더블폰 대비는.

폴더블폰 등장과 함께 모바일 액세서리 시장에도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슈피겐은 애플워치가 처음 공개됐을 당시에도 빠르게 강화유리와 케이스를 선보였고, 애플 에어팟이 출시됐을 때에도 세계 최초로 스트랩을 개발해 판매했다. 소비자 요구를 빠르게 파악하고 새로운 시장에 대응하는 건 우리의 강점이다. 폴더블폰이 출시돼도 슈피겐이 갖고 있는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관련 액세서리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폴더블폰은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고가에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기 보호' 측면에서 액세서리 업계에는 분명한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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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지원은.

'공존과 상생'을 모토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려고 한다. 세계 60여개국에 판매 채널을 넓히고 성장하면서 습득한 노하우를 젊은 창업자에게 전수하고 슈피겐 유통채널을 통해 스타트업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릴 계획이다. 스타트업 창업 초기 중요한 유통과 물류에 대한 멘토링도 진행하며 '제2 슈피겐'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할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여성 창업가 3명이 모여 설립한 천연 생리대 업체에 투자했다. 경험을 공유하고 물류를 우리가 맡아서 해주고 있다. 어느새 아마존에서 관련 카테고리 넘버원 업체로 성장하더라. 정말 뿌듯했다.

▲가로수길 직영점 반응은.

슈피겐 가로수길 직영점은 오픈 4일 만에 방문자 1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처음에는 “이게 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방문자 수가 상당하다. 온라인 케이스 검색 빅데이터 결과를 보니까 소비자가 '슈피겐'을 직접 입력해서 찾아보고 구입하는 경우가 전체 40%를 상회하더라. 직영점도 슈피겐 브랜드를 보고 오는 방문자가 대부분이었다. 국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근거다. 매장은 더 늘릴 계획이다. 홍대랑 부산 두 곳이 유력하다.

▲어려움은 없었나.

최고경영자(CEO)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 초기에는 모든 의사결정을 했기 때문에 외롭기도하고 어떤 순간에는 두려움도 존재했다. 여러가지 시도도 많이 했는데 실패한 경험도 다수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임직원과 위기를 함께 극복하기 때문에 자신감이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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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대표는…

김대영 대표는 중앙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대우통신에 입사했다. 이후 한국컴퓨터통신, 에스지피, 쌍용정보통신, 스페이스테크놀로지, 티맥스소프트 등을 두루 거치며 정보기술(IT) 경력을 쌓았다. 2009년 2월 보호필름 판매업체 슈피겐코리아 전신인 SGP코리아를 설립, 휴대폰 보호필름 사업을 시작했다. 2013년 슈피겐코리아로 사명을 바꾸면서 사업 영역을 점차 확대했다. 2011년에 처음 수출 500만불탑을 수상한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1억불탑에 성공했다.


대담=김원배 통신방송부장


정리=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