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자회사인 세메스가 신임 대표를 맞으면서 그동안 수행해온 삼성전자 장비 생산기술개발 총괄 역할을 마치게 됐다. 이례적으로 세메스 전 대표가 삼성의 장비 생산과 선행기술 개발조직을 총괄해 다른 장비 협력 경쟁사보다 유리한 입지를 점해왔다. 새로 부임한 대표는 삼성의 생산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자회사 고유 업무에 집중하게 된다.
세메스는 2일 강창진 삼성전자 DS부문 기획팀장 부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고 밝혔다.
강 신임 대표는 삼성전자 메모리본부 연구소 공정개발 담당과장, 반도체연구소 연구라인 운영팀장, 반도체연구소 기획지원팀장, DS부문 감사팀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감사팀장,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에서 근무했다. 이후 DS부문 기획팀장을 거쳐 세메스 대표로 부임했다.
세메스는 신임 대표를 맞으면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생산기술연구소 총괄 역할을 마치게 됐다. 그동안 세메스 전 대표가 이례적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기술연구소장을 겸임하면서 세메스 대표직을 함께 수행했다. 이후 삼성디스플레이로 소속을 옮겨 선행기술센터장과 세메스 대표직을 겸임했다.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와 삼성디스플레이 선행기술센터는 각각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에 필요한 장비기술을 개발하고 선행기술을 연구하는 조직이다. 추후 도입할 차세대 공정기술이 무엇인지 살피고 이를 생산 공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장비를 선행 개발한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공정 관련 전문가와 주요 장비 핵심 협력사 위주로 선행기술 개발에 참여한다. 생산에 필요한 선행 기술을 도출하고 실현하는 핵심 역할을 하는 만큼 소수 핵심 협력사가 참여한다. 전방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는 만큼 가장 수준 높은 단계의 협업과 신뢰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소수 핵심 협력사 위주로 선행기술 개발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진입 문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세메스가 삼성의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에 걸쳐 장비기술 개발 테이블에서 주효한 역할을 한 것이 다른 장비 협력사에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세메스가 삼성전자 자회사이면서 동시에 경쟁사이기 때문이다. 선행기술 개발을 위해 때로는 보유한 핵심기술 세부 내용을 경쟁사인 세메스에 공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감수해야 하는 등 고충이 있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장비기업 관계자는 “세메스는 삼성전자 장비 자회사이지만 다른 장비 협력사와 경쟁 관계이므로 선행기술 개발 테이블에서는 협력과 견제가 동시에 필요했다”며 “세메스 대표가 선행 장비기술 개발을 총괄하다보니 개발 중인 내용이 피치 못하게 공개돼 유사한 기술을 서로 개발해 경쟁하는 상황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장비기업 관계자는 “삼성전자 자회사이지만 같은 장비 협력사인데 삼성의 장비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게 맞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며 “다른 협력사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것이 협력사 생태계를 더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