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MaaS 시장, 자동차-IT 기업 간 주도권 경쟁 '팽팽'

새해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전통 자동차 업체들과 정보통신기술(IT) 업체 간 '서비스로서 이동성(MaaS·Mobility as a Service)' 주도권 다툼이 첨예해질 전망이다. 올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 부문인 '웨이모(waymo)'가 자율주행차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고, 내년부터 제너럴모터스(GM), 메르세데스-벤츠 등 완성차 업체들도 유사 서비스를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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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그랩 서비스 차량 아이오닉 일렉트릭.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MaaS 관련 투자만 약 5000억원 갸량 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남아시아 우버'로 알려진 '그랩(Grab)'에 2억7500만만달러(약 3100억원) 투자를 포함해 카넥스트도어, 미고 등 차량공유 업체뿐만 아니라 임모터(배터리공유), 퍼셉티브오토마타(인공지능) 등 MaaS 관련 다양한 기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현대·기아차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현재 차량공유 분야에서 놓친 주도권을 미래 MaaS 시장에서 차지한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총괄부회장 역시 자동차 산업의 중심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회사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신기술 부문 연구소인 '리싱크엑스(ReThinkX)'는 MaaS 확산으로 차량 수요가 격감해 2030년까지 완성차 업체 수익이 80% 가량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에는 미국 시민들의 이동성 가운데 95%가 주문에 따라 호출되는(on demand) 자율주행 전기차에 의해 수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위스투자은행(UBS) 역시 2035년이 되면 80%가 로봇택시를 이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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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모의 퍼키시파 PHEV 자율주행차 (제공=웨이모)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자율주행 택시를 이용한 MaaS 시범 서비스가 시작됐다. 웨이모는 이달 초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주변 160㎞ 지역을 운행하는 세계 최초 자율주행 차량공유 서비스 '웨이모원'을 개시했다. 웨이모원은 기존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Uber), 리프트(Lyft) 등과 같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차량을 호출해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운전을 사람이 아닌 자율주행 시스템이 한다. 웨이모원은 크라이슬러의 미니 밴 '퍼시피카(Pacifica)'를 사용하며 고객은 400명 안팎으로 한정됐다.

지난 3월 애리조나주 템페에서 보행자 사망사고를 일으킨 우버는 9개월 만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 시범 주행을 재개했다. 이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코와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재개될 예정이다. 우버 이용자는 앱에서 일반 차량과 자율주행차 중에서 선택해서 탑승이 가능해진다. 자율주행차에도 돌발 상황에 대비해 우버 엔지니어가 동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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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쉐보레 볼트(Bolt)가 생산 중인 오리온 타운십(Orion Township) 공장.

완성차 업체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GM이 인수한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크루즈는 새해 미국 주요 도시에서 자율주행 택시 2500대를 투입해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GM은 이번 서비스를 위해 중앙정부와 각 주 정부에 도로교통법 개정도 제안할 만큼 적극적이었다. 크루즈는 운전대와 페달조차 없는 쉐보레 볼트 전기차를 투입해 좁고 복잡한 샌프란시스코 도로에서 시험 주행하며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보쉬와 함께 새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대에서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 택시와 셔틀을 선보인다. 샌프란시스코 및 실리콘밸리 등지에서 '파일럿 시티'를 지정하고 일반인에게 무인 셔틀, 로보택시 등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파일럿 시티 내에서 누구나 카셰어링 '카투고(Car2go)', 카헤일링 '마이택시(Mytaxi)', 다중 교통수단 플랫폼 '무벨(Moovel)' 등의 앱을 통해 다양한 자율주행차를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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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모회사인 다임러그룹과 독일 자동차 부품사 로버트 보쉬가 제시하는 자율주행 도시 파일럿 시티 예상도. (제공=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전문가들은 MaaS 시장에서 플랫폼 장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버, 리프트, 디디추싱 같은 '차량 호출 업체'가 미래 MaaS 시장 준비 과정에서도 우위에 있다. 플랫폼을 이미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엽계 관계자는는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멀지 않은 미래에 이동 서비스 공급업체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거나 스스로가 이동 서비스 공급업체로 변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량생산 체계를 만든 포드는 최근 자사를 '가장 신뢰받는 이동 서비스 공급업체로 진화 중인 기업'으로 소개하고, GM도 메리 바라 CEO등 GM 경영진에서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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