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신년기획]국내 자율주행차 전문가 진단…“기업 준비됐지만, 정부는?”

전문가들은 국내 자율주행차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정부 주도형 정책이나 규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자동차에 맞춰진 법규나 규제는 자율주행차 산업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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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Lyft)와 함께 자율주행 헤일링(차량호출) 서비스를 제공한 앱티브(APTIV) 자율주행차 주행 모습.류종은 기자 rje312@etnews.com

자율주행차는 기존 자동차 기술과 함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딥러닝, 사물인터넷(IoT), 통신망 등 IT가 접목되면서 유기적 발전이 요구되는 산업이다. 때문에 전문가는 정부가 기관, 기업을 위한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 자율주행차 산업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 자율주행 정책과 관련해선 부족함이 많다고 평가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부처가 자율주행차 산업을 위해 분야별 역할분담을 하는 상황에서도 발전 속도가 늦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IT 환경은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꼽히지만 실제 자율주행차 산업 발전 속도나 기술 수준은 인프라 환경을 못따라가는 것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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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모회사인 다임러그룹과 독일 자동차 부품사 로버트 보쉬가 제시하는 자율주행 도시 파일럿 시티 예상도. (제공=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 인터내셔널이 발간한 '자율주행차 준비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종합 점수 20.71점으로 20개 평가 대상 국가 가운데 10위를 차지했다. 평가 항목별로 보면 △기반시설 6.32점(4위) △기술·혁신 4.24점(9위) △소비자 수용성 4.38점(11위) △정책 및 제도 5.78점(14위)를 기록했다. 기반 시설을 제외하면 대부분 중·하위권이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 참여정부 때 '차세대 성장 동력사업'과 같은 체계적 산업혁신 계획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자율주행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적 단계가 정부주도형 기술 개발을 넘어 법령, 투자, 해외기업 유치 등을 포함해야 하지 못하고 컨트롤타워 역시 전략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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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모회사인 다임러그룹과 독일 자동차 부품사 로버트 보쉬가 제시하는 자율주행 도시 파일럿 시티 예상도. (제공=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전문가는 우리나라 자율주행차 관련 규제에 대해서도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 등 법안 대부분이 기존 자동차를 기본으로 제정됐다. 정부 차원에서 자율주행차를 위한 특별조항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고도 자율주행차는 여전히 일반 도로를 달리는 것이 불법이고 연구원도 일반 운전자와 동일한 의무가 부여된다.

정부는 자율주행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일정 기간 면제 또는 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자율주행차 분야 선제적 규제 혁파 로드맵'을 통해 2020년까지 운전자 범위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포함시키고 2026년 이후에는 자율주행차 전용 면허를 신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과 같은 파격적 규제완화는 없는 상황이다. 일본은 최근 2020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도로교통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는 “최근 경기도 화성시에 마련된 자율주행 실증도시 'K시티'가 우리나라 자율주행 발전의 큰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면서 “다만 도시 내 자율주행 시범 운행 확대, 다양한 서비스 모델 발굴, 레벨3를 위한 제도 변경 등 정부 투자와 제도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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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길 자율주행차 실험도시인 K-시티가 경기도 화성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내에 완공됐다. 지난 10일 K-시티에서 자율주행차량들이 실험주행을 하고 있다.화성(경기)=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전문가는 이밖에 국내 자율주행차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사용자 경험을 반영한 육성정책 △기술기업-완성차 업체 간 대등한 협력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 △규제 중심 법제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 측면에서 '탁상공론'이 아닌 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 개발 차원을 넘어 경쟁력을 높이고 나아가 발전적 산업 생태계를 구성하기 위한 노력을 뜻한다.

국내 기업의 자율주행 산업에 대한 준비는 양호한 편으로 평가했다. 다만 자율주행 부문 연구개발(R&D)이나 전문인력의 경우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국내 완성차·부품 업체가 R&D는 하지만 원천 기술을 확보한 곳이 없는 실정이다. 자율주행 솔루션 전문 업체도 전무하다. 고객 서비스를 통한 자율주행 실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차량호출(카헤일링) 서비스도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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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CES에서 라스베이거스 도심 주행을 선보인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자율주행차 (전자신문 DB)

최웅철 국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일본 토요타가 소프트뱅크, 우버와 함께 손을 잡았고 BMW는 인텔, 마그나 등과 연구개발을 하는 등 최근 자율주행차 트렌드는 산업 생태계 안에서 주요 업체들 간 연합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면서 “자동차, IT, SW 기술을 융합해야 하는 만큼 국내도 산업 생태계가 성장하려면 첨단 기술을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형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이재관 자동차부품연구원 스마트카기술연구본부장 “자율주행차, 산업부·국토부·과기부·행안부 유기적 협력체계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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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는 자동차와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된 새로운 분야입니다. 수출 상품화를 위해서는 산업부를 중심으로 연구개발(R&D)·상용화와 함께 국토부·과기정통부·행안부 등과 유기적 협력체계가 필수입니다.”

지난해 6월 우리 정부는 '혁신성장동력 추진현황 및 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고속도로 내 자율주행차 상용화(레벨3)'와 '2030년 완전자율주행 상용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재관 자동차부품연구원 스마트카기술연구본부장은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 부처별 정책과 전략을 모으고 자동차·ICT 중심으로 협력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자율주행차 국가 로드맵 실천을 위해 △부품기술 역량 부족 △연관산업의 전략적 협업 부족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베드·실증사업 부족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통사고 책임소재 및 윤리적 문제 등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제도 역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부처 간 협업이나 이종 산업 간 협력 교류가 크게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이 본부장은 “우리나라 산업 구조 상 내수시장 중심 자율주행차 상용화·제품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수출 중심의 자율주행차 산업 육성을 위해 '기술개발→상용화·제품화→수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 패키지로 산업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내각부가 주도하는 '전략적 혁신 창조 프로그램(SIP)'을 예로 들면서 전략형 협업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본부장은 “일본 SIP 같이 자율주행차 관련 자동차-도로교통 인프라 등을 패키지형 수출전략사업으로 키워야 한다”며 “자동차와 ICT 등 이종산업 간 교류, 부처 간 유기적 협력체계에서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자율주행차를 이용해 노인을 병원에 입원시키는 대신 자율셔틀, 자율택시를 통해 오히려 문화·체육·사회시설을 이용하게 하면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일본 사례가 반드시 정답은 아니지만, 이 같이 뚜렷한 목표에 따른 구체적 계획을 세워야만 경쟁력 있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더 이상 자동차 자체를 개발하는 '제조'에만 몰두하지 말고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해 빅데이터를 근간으로 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자동차와 인프라를 융합한 새로운 서비스 모델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사회적·산업적·사용자 수용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자율주행차 실현을 위해 '사회적'으로는 정부의 법과 규제, 정책, 기술 표준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도로와 ICT 인프라 제공자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적'으로는 기업, 기술공급자, 대학, 공공연구원 등 통합 연계가 필요하며 기업이 기대하는 수익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율주행 시대 운전 관습과 책임이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운전자·탑승자·보행자 등 '사용자' 수용성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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