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5G와 미디어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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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디어와 관련해 가장 많이 회자된 낱말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5세대(5G) 이동통신이라 할 수 있다. 이달 1일 이동통신사업자가 5G 전파를 발사하며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가 시작됐다. 내년 초 소비자용 단말기가 본격 출시되면 일반인도 5G 네트워크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이라는 기술 진보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5G 확산은 미디어 산업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5G가 개인 간 통신을 넘어 다른 산업과 융합해서 전방위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 5G가 최소 47조8000억원 경제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해당 연도 예상 국내총생산(GDP)에서 약 2%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이는 가시화된 서비스 중심으로 수치화가 가능한 편익만을 추정한 것으로, 기술 진보에 따라 새롭게 나타날 서비스를 감안하면 이보다 큰 사회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5G 네트워크를 이용한 초고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져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실감형 미디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디어 산업은 2030년 3조6000억원 사회경제 가치가 발생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수치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미디어 소비 패턴 변화를 고려하면 무리한 추산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콘텐츠 이용 매체가 TV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면서 모빌리티가 중시되고 있다. 유튜브, 넷플릭스, 네이버TV캐스트, 아프리카TV 등 온라인을 통해 시청 가능한 OTT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가 5G와 결합될 경우 창출할 시너지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한 콘텐츠 전송 서비스 급성장은 방송 시장에 크나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해외는 OTT 서비스 요금이 유료방송 요금의 3분의 1에서 9분의 1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데다 오리지널 프로그램 제작 등 콘텐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케이블TV 등 전통 유료방송 가입자가 2012년 약 1억명에서 2017년 9390만명으로 지속 감소했다. 반면에 대표 OTT인 넷플릭스 가입자는 2012년 2720만명에서 2017년 5480만명으로 2배, 아마존프라임 가입자는 2012년 550만명에서 2017년 3180만명으로 6배 상승했다.

위기 의식을 느낀 미디어사업자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미국 AT&T는 1000억달러를 들여 콘텐츠 기업인 타임워너 인수를 단행했다.

거대 플랫폼사업자 AT&T가 타임워너가 보유한 우수한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콘텐츠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디즈니가 약 524억달러에 폭스를 인수한 것도 대형화와 서비스 다변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전략과 관련 있다.

콘텐츠 사업자인 디즈니가 OTT 사업자인 훌루(Hulu)의 지분 30%를 보유한 폭스를 인수, 콘텐츠 사업을 대형화하는 동시에 자체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을 구축해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미디어 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시도 이후 잠잠하던 미디어 시장이 지각 변동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6년 12월 유료방송 발전 방안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 간 소유 겸영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위성방송의 SO 소유를 제한하고 있는 조항을 삭제했다.

방송법상 이종 플랫폼 간 소유 겸영을 제한하고 있는 규제가 모두 폐지돼 유료방송사업자 간 인수합병(M&A)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또 SO 지역사업권을 전국사업권으로 전환하는 등 사업권역 광역화를 허용하는 방향의 통합방송법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규제 체계 개선은 방송 산업 변화에 따른 시장 구조 변화를 반영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규제 환경 변화에 따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설, KT스카이라이프의 딜라이브 인수설 등 시장 변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방송통신 결합은 방송 산업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모바일 기기로 이동 시청이 보편화됐듯 5G가 본격화되면 전통 미디어 시대에는 보지 못한 다양한 방송통신서비스가 출현, 미디어 이용 경험을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촉진시키기 위해서 국내 미디어 시장의 자율성과 경쟁을 보장하는 정책 고려가 필요하다. 제한된 주파수만으로 방송을 제공하던 시대의 규제 틀로는 방송통신 시장 변화를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5G 서비스가 본격화될 2019년에는 미디어 산업 내 다양한 혁신이 일 수 있도록 사업자 규제가 개선되고, 이를 통해 국내 미디어 기업이 글로벌 경쟁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주용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hajy85@inhs.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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