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경제정책 보완을 지시하면서 정부 부처가 정책 설계의 키를 잡았다.
문 대통령이 그간 정책 부작용을 인정하고 정책 전환 숨통을 튀어준 만큼 부처의 정책 이행역량이 요구된다. 근본적인 경제정책 대전환을 위해 부처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20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기존 정책 운영 허술점을 제대로 진단, 수정·보완하라는 지시를 각 부처에 내렸다. 정책 설계·추진 과정에서 현장의 상황을 다시 한번 촘촘히 확인하고, 정책 대수술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으로 읽힌다.
부처의 정책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장관의 역할도 명확히 했다. 문 대통령은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우리 경제의 거시적인 전체 사령탑이 기재부 장관이라면 산업정책의 사령탑은 산업부 장관”이라고 교통정리했다.
출범 초기 기재부에서 혁신성장 정책을 추진하면서 산업 정책까지 도맡아 기획했던 것을 사실상 제자리로 돌려놓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만 있고, 부처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변화로도 보고 있다.
부처의 책임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산업부의 제조업 혁신 과정을 분기마다 보고하도록 했다. 그만큼 성과를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의미다.
실제 문 대통령은 정책 부실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장점이 바로 이러한 수용 능력이라고 본다”며 “최근의 메세지는 참모진이 올린 내용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정책 수정 여지를 열어준 만큼 부처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지난 1년간 청와대 정책기조가 뚜렷하다보니 일선 부처에서 변화를 모색하기는 어려웠다. 정해진 테두리 내에서 정책을 펼치기엔 한계가 있었다.
업계 전문가는 “문 대통령이 정책 유연성을 높여준 만큼 이제는 각 부처에서 얼마나 섬세하게 정책을 만들어 성과를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경영환경 개선을 통한 고용개선, 시장친화적 경제활성화 정책, 규제개혁 등 보다 과감하고 근본적인 경제정책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