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구개발(R&D) 투자를 한 기업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구글, 폭스바겐 등 R&D 투자 글로벌 상위 기업을 제치고 처음 1위를 차지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2018 산업 R&D 투자 스코어보드'에서 2017년 R&D 투자액 1위가 삼성전자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4위였으나, 올해는 작년보다 11.5% 증가한 134억3670만유로(17조1663억원)를 투자하며 1위가 됐다. EU 집행위가 2004년 R&D 투자 스코어보드를 발표한 이후 삼성전자가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2012년 이후 꾸준히 톱5에 포함됐다.
삼성전자에 이어 구글 모회사 알파벳 133억8780만유로, 폭스바겐 131억3500만유로, 마이크로소프트 122억7800만유로, 화웨이 113억3410만유로 순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분야 경쟁사인 인텔은 6위(109억2140만유로), 스마트폰 사업 경쟁사인 애플은 7위(96억5650만유로)에 각각 올랐다. 이어 로슈, 존슨앤존슨, 다임러가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R&D 투자액 외에도 매출 증가율(18.7%)과 설비투자 증가율(73.8%), 영업이익 증가율(83.5%) 등 다른 지표에서도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다만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을 나타내는 'R&D 집중도'는 7.2%로,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7위에 그쳤다. R&D 집중도가 가장 높은 인텔 20.9%보다 크게 낮고, 중국 화웨이 14.7%의 절반 수준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국내 기업 중에서는 LG전자가 26억3690만유로로 53위, SK하이닉스가 19억3720만유로로 67위, 현대차가 18억2820만유로로 73위를 각각 차지했다.
R&D 투자 상위 100위 기업을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35개로 가장 많았고, 일본과 독일이 13개로 공동 2위에 올랐다. 이어 중국 8개, 한국·프랑스 각 4개, 네덜란드·스위스·대만·영국 각 3개 등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R&D 투자액 2500만유로(319억원) 이상인 기업 2500개를 대상으로 했다. 이들 기업 총 투자 규모는 7364억유로로, 작년보다 8.3% 증가했다. 보고서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가 세계 R&D 투자 증가를 주도했고, 국가별로는 중국 증가세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와 함께 인공지능, 5G 등에도 투자를 늘려왔다”면서도 “올해까지는 R&D 투자 증가가 예상되지만, 새해에는 실적 부진 우려와 함께 대내외 불확실성이 많아 투자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 세계 R&D 투자 톱 10 기업 현황(단위:100만 유로)
자료:EU 집행위원회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