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로 현대차그룹의 무게 중심이 전통 자동차에서 자율주행·친환경차 등 미래차와 모빌리티 분야로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자동차나 부품 보다는 이종 산업 간 투자·협력을 단행하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지난해부터 미래 사업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왔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9월 인도에서 열린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로 전환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 현대차'를 언급하며 현대차그룹의 달라질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미국 등 해외 판매 부진에도 역대 최대 규모의 이종 산업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왔다. 기존 자동차 산업의 스마트화, 친환경, 커넥트디 등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도 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선행 기술 개발 비중을 높이는 한편, 글로벌 협업 체계를 구축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해 왔다.
앞서 싱가포르 '그랩', 인도 '레브', 중국 '임모터', 호주 '카넥스트도어' 등과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 협업 체제를 구축했다. 유럽에서는 네덜란드를 거점으로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활용 카셰어링 사업을 시작한 상태다. 여기에 지난 6월 독일 폭스바겐그룹 아우디와 수소전기차 연료전지 기술 관련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하며 수소전기차 시장 선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뇌공학, 생물학, 심리학 등 그간 그룹 차원에서 다루지 않았던 이종(異種)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업 프로젝트인 '현대 비저너리 챌린지'를 론칭, 첫 번째 파트너로 미국 브라운 대학과 손잡았다. 자동차와 무관해 보일 수 있는 다양한 이종 분야와 융합을 통해 자동차 산업이 가진 한계를 탈피한 미래 모빌리티 선행 기술 확보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의 변화 속도는 매우 빨라지고 있고, 단순히 완성차 사업에 머무르지 않고 전장과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신규 투자 범위도 대폭 확대되고 있다”며 “변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온 정 수석부회장이 이번 인사를 계기로 그룹 혁신 폭과 속도는 더욱 깊고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