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올해 국어 31번처럼 과도하게 복잡한 문제는 출제되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를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난이도 조절 실패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수능에서 예년 난이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4일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성기선 평가원장은 “올해 난이도로 인해 전국 수험생과 혼란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향후에는 지문의 길이, 고난도 문항 난이도 수준에 대해 더욱 면밀하게 검토해 교육적으로 타당성이 높은 문항 출제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15일 치러진 2019학년도 수능은 국어·수학·영어 영역이 모두 너무 어렵게 출제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어는 현행 수능체제 2005학년도 도입 이래 역대 최고 수준 난이도를 기록했다는 평이다. 지문과 문항의 길이가 너무 길고 내용이 어려워 논란이 됐다.
특히 31번은 뉴턴의 만유인력을 설명하는 물리와 복합된 문제로, 복잡한 사고력이 요구됐다. 앞으로 수능에서는 31번 같은 초고난도 문항은 지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출제위원단은 수험생 모집단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양길석 채점위원장은 “채점 결과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올해 수능은 국어·수학·영어영역의 경우 전년도 수능보다 어려웠고, 그 외 영역은 대체로 전년도 수능과 유사하거나 다소 쉬웠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과목간 난이도 편차로 국어를 잘못 봤을 경우 다른 과목에서 만회하기도 어려운 구조였다.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 역시 난이도가 갑자기 상승했다고 응시생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90점 이상인 1등급은 5.3%에 지나지 않았다. 절대평가 첫 해였던 지난해에는 1등급이 9% 정도가 나왔다. 절대평가는 과도한 영어 점수 경쟁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으나, 오히려 영어가 더 어려워지면서 취지가 퇴색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하지만 평가원은 절대평가는 쉬운 영어라는 인식 때문에 학생들의 영어 시험에 대한 태도가 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창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학수학능력시험 본부장은 “상대평가 시기에 나왔던 초고난도 문제는 내지 않았다”면서 “절대평가 취지를 살렸다”고 답했다.
수험생들은 당장 내년부터 국어·영어 학습 비중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고난이도 수능으로 상위권 변별력은 생겼으나, 대입 준비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영어 절대평가제 겨우 2년차에 영어 난이도가 급상승한데다 국어·수학 표준점수도 전년에 비해 급상승해 정시 합격 예측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