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두 달간 지속 하락한 배경에는 '경제'와 '민생'을 둘러싼 불안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G20 순방을 떠나지 직전까지 민생을 챙기기에 나섰지만 반등 효과는 없었다. 올해 연말까지 지지율 반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정 운영은 물론, 정책 추진력도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정적 경제지표·경제심리 누적이 주요 원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3일 발표한 11월 4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이 전주보다 3.6%p 내린 48.4%로 나타났다. 취임 초 84%까지 달했던 지지율에서 반토막에 가까워지고 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9월 이후 시점부터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9주 연속 큰 폭으로 떨어졌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 '경제' 문제가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경제정책을 추진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민심이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일자리 참사, 빈부격차 심화, 제조업 가동률 하락 등 주요 국내 경제지표가 이를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를 출렁이게 만들었던 미중 무역전쟁까지, 안팎으로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경제회복 기대감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도 지지율 하락에 주효했다.
규제개혁 등 문 대통령 민생 행보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31일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주제로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를 가진 이후 석달째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주요 쟁점별로 한달에 한번씩 한 과제를 순차 해결해 나가기로 했지만 멈춰진 상황이다. 사업자 간 이해관계, 지지층의 격렬한 반대 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지지층 눈치에 정책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면서 중도지지층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이와 함께 주력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대응책이나 신성장 동력 육성 정책 등이 민심과 동떨어진 채 정책이 추진되면서 부정 여론이 커졌다.
◇해외 순방 효과도 '글쎄…'
통상 대통령의 해외 순방기간 지지율은 오른다. 다자회의나 정상회담에서의 연설을 통해 언론에 집중 보도되면서 주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순방=지지율 상승'이라는 등식도 이젠 효력이 떨어진 모양새다.
11월 중순 진행된 아세안 순방 기간 직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오히려 추락했고, 지난주 역시 G20 순방을 떠났지만 효과는 없었다. G20 순방 경유지로 체코에 들러 '원전 세일즈'에 집중했지만 지지율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기반으로한 에너지전환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 오히려 야당에서 비난을 받았다.
지금까지 문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서 주로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간 중재자 역할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북미 비핵화 협상 부진, 남북관계 과속 등 안보 불안이 민심 이반을 촉진하면서 해외 순방효과도 반감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난 주말사이 이뤄진 G20 계기 한미정상회담과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의 정상회담 결과는 지지율 조사에 반영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 가능성도 높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12월 첫째주 지지율 반등 여부가 주목된다.
◇청와대, 연말에 최대 고비…구체적인 정책성과 절실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 변동에 청와대는 애써 침착한 분위기다. 공식적으로는 문 대통령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의 고민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내년 초면 국정 3년차에 접어드는 상황이다. 정책 속도와 성과에 집중해야 하지만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지면 정책 추진력은 그만큼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역대 정권도 40%선에서 지지율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방어선'의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40%대에 진입하면서 청와대도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 마련이 절실하다.
이에 따라 올해 연말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제문제는 단기간에 승부수를 내기가 힘들다. 결국 외교와 안보 문제에서 또 다시 지지율을 반등시킬 요인을 만들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장기적으로는 3년차에 반드시 민생과 경제 분야에서 구체적인 정책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정평가가 높아질 수록 정책적으로 무능한 정권으로 낙인 찍힐 수 있다”면서 “최근의 지지율 변동에 무거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