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기후 조정이 불러온 재앙
2014년 7월 1일. TV에는 7년간 지속된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가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기온냉각제 CW-7은 지구 온난화를 막을 유일한 방법이라는게 세계 정상의 공통된 인식이다.
환경단체와 개발도상국은 반발했지만 세계 79개국 정상은 결국 기온 냉각제 'CW-7'을 사용하기로 결의했다. 전투기 3대가 출격해 CW-7을 살포한다.
화면이 바뀐다. CW-7의 부작용으로 지구에는 빙하기가 왔다. 문명이 사라진채 설국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만 살아남았다. 설국열차는 겨울이 오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영화 가운데 하나다.
CW-7은 극단적 사례이지만, 환경을 변화하려는 인류 노력은 지속된다. 과학기술은 다방면에서 활용한다.
설국열차를 연상시키는 인공강설 기술의 경우 우리나라는 2008년 첫 실험에 성공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눈이 오지 않는 기상 이변에 대비해 인공강설을 실제 준비하기도 했다.
인공강설은 '구름씨앗' 원리다. 비행기나 헬기로 구름속에 요오드화은, 드라이아이스, 염화칼슘 등을 살포하면 구름 입자가 뭉쳐 떨어진다. 수분을 품은 구름을 화학물질로 응결시켜 얼음이나 비로 만든다는 점에서 인공강우 역시 유사한 원리다.
이 같은 기술은 국지적으로 적용될 수 있고 특정 온도와 구름이 존재하는 환경 등 제한적 환경에서만 가능해 폭넓게 사용되지 않는다.
중국은 산불예방을 목적으로 인공강우 기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농산물 생산력 증대를 위해 인공강우 프로젝트를 추진하지만 일상화하기엔 위험이 많다. 인위적 기후 조작으로 인한 주변 지역 홍수 등 환경 생태계 전반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 문제는 아직 CW-7처럼 지구 전체의 온도를 직접적으로 낮출 기술은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협약 등을 통해 신재생 에너지 확대 등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생활 환경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할 뿐이다.
설국열차는 과학기술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읽힌다. 빙하기 좁은 열차 안에서 바퀴벌레를 먹으면서 생존하는 인간의 모습은 참혹하기 그지없다.
다만, 무턱대고 과학기술을 배격해서는 안될 것 같다. 철저한 검증을 바탕으로 기술 개발을 지속하되, 탄소배출과 미세먼지, 일회용품과 같이 환경에 위협이 되는 물질을 감소시키려는 기본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