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판다"…수입차 물량 확보 '비상'

수입차 업계 물량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연말까지 한 달 넘게 남겨놨지만 일부 브랜드는 판매할 차량이 없어 사실상 올해 영업을 종료했다. 수입차 수요는 계속 늘고 있지만 본사로부터 공급이 지연되면서 원활한 물량 확보가 향후 브랜드별 판매 실적에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2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수입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한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는 2.5%, BMW는 2.0% 감소했다. 해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벤츠와 BMW가 올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은 물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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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 쇼핑몰 내 수입차 전시장에서 방문객들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최근 국내와 유럽 등에서 본격 시행한 새 배출가스 및 연료 효율 기준 WLTP(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 인증 방식 도입은 물량 부족을 부추겼다. 새 제도 도입을 앞두고 인증을 받으려는 신차가 몰리면서 일반적으로 한 달이면 마무리됐던 인증 기간이 서너 달까지 길어졌기 때문이다.

벤츠와 BMW는 WLTP 영향으로 신차 출시 계획이 두 달가량 미뤄졌다. 벤츠는 신형 CLS와 C클래스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BMW는 새로운 스포츠유틸리차량(SUV) X2, X4 판매가 지연됐다 최근에야 판매를 개시했다.

다른 수입차 브랜드도 글로벌 시장 인기와 회사 사정 등을 이유로 본사에서 충분한 물량을 공급받지 못하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시장 복귀를 본격화한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9월 수입차 판매 1, 2위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올해 도입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지난달 판매는 폭스바겐 42.8%, 아우디 85.3% 급감했다.

볼보와 푸조 등도 주요 차종이 큰 인기를 끌면서 판매 물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볼보가 올해 선보인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40 등 일부 차종은 계약부터 출고까지 반 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푸조도 3008이 조기 완판되면서 급하게 3008 신형 모델 예약 판매에 돌입했다.

올해 KAIDA가 예상한 수입차 시장 판매 전망치 25만6000대 달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수입차 판매량은 21만7868대로,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남은 2개월간 매달 1만9000대 이상을 판매해야 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매달 브랜드별로 물량 공급이 들쭉날쭉하면서 올해 수입차 사상 최대 실적 달성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누가 얼마나 원활하게 물량을 확보하느냐가 내년에도 브랜드별 판매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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