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24>한식 인증 활성화가 문화 확산 지렛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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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은 세계 90여개 국가에서 한식당이 3만3499곳 운영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우리 한식당은 집계를 시작한 2009년 대비 260% 증가했다. 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북·중미, 중동, 유럽에서도 크게 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보면 필리핀은 7개에서 234개, 인도네시아는 9개에서 289개로 각각 늘었다. 손님 가운데 현지인 비중이 절반을 넘어 현지에 잘 정착했다고 판단되는 한식당이 전체 약 76%, 80% 이상이 현지민인 곳도 무려 46%나 된다고 하니 양과 질 모두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좋은 결과 뒤에는 그늘도 보인다. 무엇보다 남미권이나 대양주에서는 변화가 별로 없거나 오히려 줄어들었고, 선호도도 세계화가 완성 단계에 온 중식이나 일식뿐만 아니라 태국·베트남 식문화 확산에 멈칫한 느낌도 든다고 한다.

정책 면에서도 아쉬움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인증제도에 공을 들이고 있는 다른 나라와 비교, 우리는 한참 뒤처졌다. 오랫동안 조리 기능 인증을 해 온 일본은 2016년부터 자국산 식재료 사용 레스토랑에 로고를 부여하는 식문화서포터제도도 시작했다. 이들 인증마크에는 '일본 음식 맛' '정통일식' '일식 서포터' 같은 문구를 넣어 고객 관심을 끌고 있다. 6만개 이상 인증했다는 '리스토란테 이탈리아노'는 차치하고 태국만 해도 '세계 식당' 정책을 축으로 '타이 셀렉트'라는 인증을 주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에 따라 이런 외국 인증제도의 실효성에 조금씩 다른 평가를 하지만 우리 경우 이제 겨우 시범 사업을 시작한 단계인 만큼 조바심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제도를 어떻게 디자인할지는 주무 부처 몫이지만 몇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한식 인증을 단순히 맛을 인정하는 것으로 좁혀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한식 인증을 문화 인증이라는 큰 본질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식 인증 기준을 맛 자체에 국한하기보다 그것을 누가, 어떤 과정으로 구현해 내는가에 방점을 둬야 한다.

둘째 지원 방식에 관한 것이다. 현지 경험이 말하는 대안은 '한식 문화 생태계'에 우량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첫 방영 후 10년이 지나서도 방영됐다는 '대장금 효과'를 계속 만들어내 달라는 것이다. 현지 한식당 창의성을 자극하는 것은 융자, 표준 로고, 디자인 등이 아니라 드라마 '대장금'의 온갖 스토리와 콘텐츠가 주는 영감이라는 얘기를 경청해야 한다.

셋째 어떻게 어린 세대에게 한식을 소개하느냐다. 일식이 왜 서구인에게 이토록 친숙해졌을까 하는 질문에 '일본 애니메이션' 탓이라는 답은 우리에게 길을 보여 준다. 어린 시절 일본 애니메이션의 식사 장면을 보며 성장한 청장년에게 일식은 친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 해외 한식당 협의체가 한식을 공립학교 배식 메뉴로 넣으려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어린 세대에게 한식 문화를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왜 한식 인증을 문화 인증으로 봐야 길이 보인다고 했는지 그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많은 한식당이 해외에서 문을 열고 성공한 곳도 많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여타 문화권 음식과 경쟁해야 하는 동시에 현지인이 운영하는 한식당과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있다. 정부는 해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우리 국민을 어떻게 지원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주저하는 사이 많은 나라가 인증 제도를 통해 현지인 관심을 끌고 경쟁력을 갖추도록 보이지 않는 지원을 하고 있다. 한식 인증이 문화 확산 바로미터일지 모른다. 정부 관심을 기대해 본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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