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운전자 개념이 '사람'에서 '시스템'으로 확대된다. 자율주행차 기술 발전으로 시스템이 주행하는 상황에 대비해 교통법규상 운전자를 재정의한다. 이에 맞는 시스템 관리 의무를 신설하고, 차량 및 장치·운행·인프라 관련 규제를 선제 정비한다.
정부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낙연 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율주행차 선제 규제 혁파 로드맵'을 확정했다. 핵심은 자동차는 사람이 운전한다는 개념을 바꾸는 것. 2020년까지 자동차를 로봇이나 소프트웨어(SW) 등 시스템이 운전할 수 있다는 개념을 정부 법령에 넣는 게 핵심이다.
로드맵은 신산업과 신기술 발전 양상을 미리 전망해서 예상되는 규제 이슈를 발굴,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선제 정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2035년 약 26조원 규모로 연평균 40%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율주행차에 우선 적용한 뒤 수소·전기차, 에너지신산업, 드론 등 다른 분야로 확산시킨다. 자율주행차 로드맵 마련 과정에는 국토교통부, 현대자동차 등 산·학·연·관 22개 기관이 참여했다.
2020년까지 정비가 필요한 단기 과제는 15건이다. 자율주행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 상용화에 대비해 도로교통법상 운전자를 시스템으로 확대한다. 시스템이 주행하는 상황에 대비해 각종 의무와 책임 부과 주체를 설정한다. 자율주행 시 사고가 날 경우 형사 책임 및 손해 배상 기준과 보험 규정을 마련한다. 자율주행차에 맞는 제작·정비·검사 규정, 자율주행 시스템 관리 의무도 신설한다. 자율주행차가 사전 동의 없이 보행자 영상 정보를 수집·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망법 개정도 추진한다.
2021~2025년 추진될 중기 과제는 운전자가 시스템 개입 요청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자율주행이 이뤄지는 레벨4(고도자율주행)에 대비한다.
현재 운전 중 휴대폰 등 영상기기 사용이 금지돼 있고 두 대 이상 자동차가 줄지어 통행하는 '군집주행'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를 허용하도록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한다. 자율주행 사고기록시스템을 구축해 사고 시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있도록 하고, 통신망과 연계된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대비해 통신 표준을 마련한다.
2025년 이후 장기 과제는 모든 구간과 상황에서 자율주행이 이뤄지는 레벨5(완전 자율주행)에 대비한다. 완전자율주행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간소 면허 또는 조건부 면허를 신설하고, 과로·질병 등 운전 결격 사유와 금지 사유를 완화하는 특례를 신설한다.
정부가 이번 규제 정비를 위해 손을 봐야 하는 주요 법령은 자동차관리법을 포함해 21개에 이른다. 2035년 이후까지 아우르는 중장기 과제를 손봐야 한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 여부가 관건이다. 복잡한 법령 정비에 앞서 신산업 분야별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연주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이용해 스마트도시에 자율주행 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실증 결과를 이 로드맵을 반영해 새로운 규제 이슈를 지속 검토할 것”이라면서 “규제 샌드박스 법으로도 안 되는 분야가 있다면 (특별법 제정 등) 다양한 특단의 조치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