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은 한국 경제에 최대 리스크로 꼽힌다.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이 증가하게 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반도체 분야로 번지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에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을 위협할 중국 반도체 굴기가 차질을 빚을 위기에 봉착해서다.
지난달 29일 미국 상무부는 미국 기업이 중국 반도체 업체인 '푸젠진화반도체'와 거래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상무부는 푸젠진화반도체가 미국 군사시스템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마이크론 등)의 장기적인 경제적 생존을 위협한다면서 이 같은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푸젠진화반도체는 D램 메모리 생산을 준비하는 중국 3개 기업 중 하나다. 중국 통신 기기 제조업체인 ZTE와 마찬가지로 중국이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육성하는 기업 중 하나다. 중국은 오는 2020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40%, 2025년에는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푸젠진화는 미국 마이크론과 현재 기술 유출 소송을 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미국 타깃이 됐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푸젠진화 외에도 향후 다른 중국 반도체 업체로 제재 대상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위해서는 노광, 증착, 식각 3대 핵심 장비 구입이 필수다. 네덜란드 ASML이 노광 장비 1위다. 미국 AMAT와 램리서치가 증착, 식각 장비에서 강자다. 때문에 이 회사 장비들 없이는 메모리 생산이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미국 정부 이번 조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업체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메모리 업체 시장 진입이 최근 반도체 업체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는데, 미국 정부 조치로 당분간 중국 메모리 반도체 굴기가 원천 봉쇄됐다”고 평가했다.
도 연구원은 또 “향후 중국 메모리 업체가 미국 장비 대신 한국과 일본 같은 대체 국가 장비를 주로 구입하는 전략이 예상된다”며 “중국향 국내 장비 업체 수출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경우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중국 경제 침체에 따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올 상반기 한국의 전체 수출 중에서 홍콩을 포함한 중국 비중은 34.4%에 달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