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통신 필수설비 대가가 유럽 주요국보다 최고 3.7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신문이 영국과 스페인, 프랑스 필수설비 대가를 우리나라와 비교한 결과, 이 같이 드러났다.
통신사업자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인입관로 내관 1㎞를 한 달 빌리는 비용은 우리나라가 25만원이다. 건물 진입에 필요한 관로라 활용 빈도가 높다.
반면에 영국 45.8파운드(6만7400원), 스페인 62유로(8만700원)다. 영국보다 3.7배나 비싸다. 앞서 201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21만원이었지만 프랑스 100유로(13만원)다.
유럽 각국은 통신 인프라를 빠르게 확충하기 위해 필수설비 대가를 지속 인하하고 있다. 필수설비 임차를 '무임승차'로 판단하지 않고 '투자활성화'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즉 사업자 간 중복 투자를 줄이는 동시에 기존 설비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게 궁극적으로 통신시장 투자 활성화와 소비자 후생을 위해 필요하다는 철학이다.
대표 사례가 영국이다. 영국 통신규제기관 오프컴은 3월 필수설비 신규 대가를 발표했다. 일반관로 53%, 인입관로 35%, 전주 46%를 인하했다. '반값인하'나 다름없는 파격 조치다.
앞서 스페인은 2016년 관로 면적기준 대가를 최고 35% 인하했다. 관로를 통째로 빌리지 않고 광케이블이 차지하는 면적만큼 빌릴 수 있도록 했다.
유럽은 경쟁 촉진을 목표로 필수설비 공동활용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스페인 통신규제기관(CNMC)은 텔레포니카에 관로에 여유공간이 없으면 대체경로를 제공하도록 했다. 대체경로가 없으면 원래 경로에 관로를 추가 가설하도록 했다.
사용하지 않는 광케이블을 철거, 여유 공간을 마련하라고 텔레포니카에 요청할 수 있다.
유럽의 필수설비 대가 인하와 달리 국내에선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필수설비 대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월 발표한 '필수설비 제도 개선 방안' 후속조치로 필수설비 대가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수요가 많은 도심지를 중심으로 필수설비 대가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2016년 필수설비 대가를 평균 7.1% 인상했다.
통신 전문가는 “5G 투자를 효율화하기 위해 필수설비 제도를 개선하는 것인 만큼 대가가 오르면 취지가 훼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대가 산정에 앞서 필수설비 관련 철학을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필수설비(관로) 대가 비교
인입관로 내관, 월간 ㎞당 대가
한국·스페인은 2016년, 영국은 2018년, 프랑스는 2010년 기준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