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세대가 NFL보다 e스포츠를 더 즐겨보기 시작한 미국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아직 e스포츠 불법도박에 관련한 구체적인 통계를 내는 수준은 아니다. 다만 성장가능성을 높게 보고 유명 베팅업체들이 e스포츠를 독립된 탭으로 제공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올해 스포츠 도박을 합법화했다. e스포츠가 명시적으로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마크큐반 NBA 댈러스매버릭스 구단주는 e스포츠 베팅 업체인 유니크른에 투자한 사실을 언급하며 간접적인 연관성을 내비쳤다. 미국게임협회는 스포츠 도박 합법화로 한 해 27조원가량 경제적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e스포츠팀과 e스포츠 선수 법률 자문을 하는 ESG LAW 설립자 브라이스 블럼은 스포츠 도박 합법화가 e스포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브라이스 블럼은 “좋든 싫든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전통 도박 스포츠가 겪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스포츠 활성화 및 국민체육진흥기금 조성을 위한 목적으로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를 유일한 합법 스포츠 도박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낮은 한도금액과 배당률에 대한 이용자 불만이 팽배해있다. e스포츠는 애초 토토 항목에 들어가지도 않아 선택권이 없다. 이에 따라 불법 스포츠 도박에 손을 대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양지가 엄연히 있음에도 음지에 돈이 몰리면서 심심하면 '승부 조작 사건'이 터졌다. 전면 금지도 전면 합법화도 아닌 어중간한 태도가 오히려 일을 키웠다.
미국은 이를 양지로 끌어내서 수익화시키고 합법적 테두리에서 관리하고자 합법화를 선택하는 동시에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네바다 주 최대 도시 라스베이거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스포츠 도박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약 5조원가량이다. 그런데 미국 전체가 온라인 사이트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에 쓴 돈은 연평균 약 161조원에 육박한다. 이 돈을 수면으로 올리면 정부는 엄청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미국 스포츠 도박 합법화는 현재 성업 중인 '데일리 판타지리그 베팅'을 비롯한 유사 도박 시장과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이 확대돼 찾아올 파국을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사설 스포츠 도박 시장이 점점 커가는 한국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전문가는 “e스포츠 불법도박 단속 강화 외에도 합법적으로 사행성 게임을 즐기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관련 수요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스포츠토토 베팅에 e스포츠를 포함하고 상한액을 올리는 등 합법 테두리에 두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