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00억원을 넘긴 벤처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증가 속도를 보면 지난해가 가장 빨랐다. 벤처기업은 한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허리 역할을 담당한다. 침체된 경기가 되살아나는데 활력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매출 1000억원 이상 벤처기업은 572개사였다. 2016년 513개사에서 59개사가 추가됐다.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가파른 매출 1000억원 벤처기업 증가세로 올해 600개사 달성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전에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2013년 453개사, 2014년 460개사, 2015년 474개사로 집계됐다.
기업별 매출 합계 역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130조원을 수확했다. 2016년 112조원에 비해 16.4% 올랐다. 매출 1000억원을 처음 돌파한 기업 활약이 두드러졌다. 69개사가 명단에 처음 진입했다. 매출성장률이 82.3%에 이른다.
매출 1조원 이상 기업도 같은 기간 4개사에서 11개사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업이 선전한 덕분이라고 벤처기업협회는 설명했다.
가젤형 벤처기업도 눈에 띈다. 매출성장률이 3년 연속 20% 이상 회사를 뜻한다. 2016년 28개사에서 지난해 32개사로 4개사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매출 1000억원을 넘기까지 평균 소요 기간은 일반 기업이 24.7년, 가젤형 기업이 14.6년이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 전체 종사자 수는 지난해 기준 21만5862명이었다. 전년 20만7293명 대비 4.1% 커진 규모다. 기업당 평균 종사자 수도 368.8명에서 384.1명으로 15.3명 늘었다.
매출 1000억원 신규 등록 기업일수록 증가율은 가팔랐다. 2016년 1만1519명에서 지난해 1만4561명으로 26.4% 치솟았다. 기업별로 보면 트래닛(164%), 펍지(147%), 디엘티(107%) 순으로 채용 비율이 높았다.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며 미래 준비에 나섰다. 기업당 평균 58억원을 R&D에 쓴다. 비율로 계산하면 2.5%다. 일반 중소기업 0.7%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대기업(1.5%)과 비교해도 약 1% 앞섰다.
해외 판로 개척에도 적극성을 보였다.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1%에 이르렀다. 투자 유치에 성공한 비율은 39.3%(221개)였다. 창업 7년 이하 초기기업은 절반이 넘는 57.2%가 투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벤처확인제도에 따라 벤처기업으로 한 차례 이상 인정받은 기업 대상으로 이뤄졌다. 중기부와 협회는 2005년부터 매년 실태 조사를 벌여 왔다. 두 기관은 이날 경기도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벤처 천억기업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매출 1000억원 돌파 기업 혁신 성과를 격려하는 자리였다.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민·관 지원 기관, 스타트업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기업 가치 10달러 이상 유니콘으로 발돋움하자며 의기를 다졌다.
이재홍 중기부 벤처혁신정책관은 “올해 투자 시장이 사상 최대인 3조3000억원까지 예상되는 상황으로 3분기에 이미 지난해 2조4000억원 규모를 넘어설 정도로 활성화됐다”면서 “투자에 따른 회수 시장 실적도 좋아 매출 1000억원 달성, 벤처기업 600개 돌파 가능성도 그만큼 높은 상황”이라고 밝은 전망을 내놨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대전=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