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에도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바람이 불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이 주목받으면서 주중엔 출퇴근용으로 주말엔 레저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볼보자동차 고향 스웨덴에서는 워라밸처럼 균형 잡힌 라이프스타일 방식을 '라곰(Lagom)'이라고 부른다. 스웨덴어 라곰은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딱 적당한 만큼'을 의미하는 단어다. 글로벌 패션·라이프 트렌드로 주목받는 라곰은 삶의 균형에 초점을 맞춘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강원 정선 일대에서 개최한 XC 레인지 미디어 시승회에 참석해 라곰 라이프스타일에 가장 잘 어울리는 볼보 SUV 라인업 'XC90·XC60·XC40' 3대를 차례로 타봤다.
첫 시승차로 볼보 플래그십 SUV 'XC90'에 올랐다. XC 레인지 최상위 모델이자 글로벌 시장에서 볼보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공을 이끈 모델이다. 외관은 플래그십 SUV답게 큰 차체가 웅장하게 느껴진다. 북유럽 디자인 특유의 간결한 미학을 보여주는 듯하다.
XC90 실내는 기능미가 돋보이는 우아함을 강조했다. 천연 우드 트림을 적용해 따뜻하면서도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태블릿 PC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세로형 9인치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는 버튼을 최소화한 터치 방식으로 조작이 간편하다.
시승차는 XC90 가운데 2.0ℓ 디젤 엔진을 탑재한 D5 AWD 모멘텀(8030만원)이다. 235마력의 최고출력에 48.9㎏·m에 이르는 최대토크로 굽이진 산길에서도 여유롭게 차체를 이끌었다.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과 소음을 잘 억제해 편안하면서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시승차는 볼보 베스트셀링 SUV 'XC 60'이다. 외관 디자인 핵심은 균형감 있는 비율이다. 라곰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역동적인이면서도 안정감 있는 비율로 존재감을 나타낸다. 기존 1세대보다 차체 높이를 낮추고 길고 넓게 설계해 역동성을 보여주면서 넉넉한 실내 공간도 확보했다.
XC60 실내도 XC90처럼 천연 소재를 잔뜩 넣었다. 나뭇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우드 트림과 최고급 나파 가죽 시트는 장거리 주행에도 편안함을 전해준다. 차체에 비해 넉넉한 트렁크 공간도 눈길을 끌었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505ℓ로, 2열 좌석을 접으면 최대 1432ℓ까지 활용할 수 있다. 발을 움직여 트렁크 뒷문을 열 수 있는 핸즈프리 테일게이트도 유용해 보였다.
XC60 시승차는 D5 AWD 인스크립션(6870만원)으로 앞서 시승한 XC90과 같은 파워트레인이다. XC90보다 체구가 작기 때문에 같은 힘으로도 더 날렵한 주행 감각을 선보였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 시간은 7초대에 불과할 만큼 민첩했다.
마지막으로 볼보가 만든 첫 콤팩트 SUV 'XC40'을 타고 달렸다. 투톤 루프가 인상적인 외관에 실내는 작은 차체에 비해 여유롭게 느껴졌다. 실내 공간을 결정 짓는 축간거리를 2702㎜로 길게 설계한 영향이다.
시승차인 XC40 R-디자인(4880만원)은 실내에 오렌지 컬러의 독특한 원단 '펠트'를 사용했다. 100%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보기도 좋고 촉감도 부드러웠다. 마치 비밀 창고처럼 곳곳에 숨겨놓을 듯한 수납공간도 많았다. 상위 차종 XC90이나 XC60처럼 9인치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직관적 조작이 가능했다.
XC40은 2.0ℓ 터보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30.6㎏·m를 바탕으로 경쾌하고 날렵한 몸놀림을 보여준다. 도심에 최적화된 SUV지만 네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사륜구동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다만 XC90이나 XC60과 비교해 스티어링 휠을 너무 가볍게 설정한 점은 의외였다.
시승회에서 만난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올해 판매 목표인 8500대 달성을 자신했다. 5년 전인 2013년 1925대와 비교하면 4배 이상 성장세다. 이 대표의 자신감은 XC 레인지가 밑바탕이 됐다.
시승을 통해 체험한 XC 레인지는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균형미가 돋보이는 차량이었다. 그만큼 디자인과 주행성능, 신기술을 적당히 잘 버무린 느낌이었다. 많은 이들이 XC 레인지를 선택하는 이유가 분명해 보였다.
정선=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