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부르는 사람 6명, 받는 택시 1대' 택시 수급 심각한 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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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5000건 VS 3만7000건', '13만건 VS 4만1000건'

카카오모빌리티가 밝힌 9월 20일 오전과 심야 시간대 택시 호출 수와 콜을 수용한 택시(배차요청 수신 기준) 숫자다.

이날 통상적인 출퇴근 시간인 오전 8시와 9시 사이 택시를 부르는 승객이 요청을 받은 택시 수보다 6배 많았다. 23시부터 자정까지 카카오 호출에 응답한 택시는 호출을 요청한 승객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택시 수요과 공급 불균형이 심각하다. 카카오를 비롯한 IT 업체가 승차공유 서비스를 내놓고 카풀을 확산시키려 하지만 택시 업계 반발로 출시에 어려움을 겪는다.

택시 업계도 할 말이 있다. 택시 산업을 위축시키고 최대 수천만원에 거래되는 개인택시 면허 같은 사유재산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택시 이익 단체들은 지난주 서울 광화문에 모여 카카오 카풀 출시 반대 시위를 벌였다.

주최 측 추산 6만명이 모였지만 이날 우려했던 택시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역별로 참가율이 차이가 났다. 승차공유를 찾는 사람은 오히려 늘었다. 18일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는 6배, '풀러스'는 1.5배 호출이 증가했다.

시위 전날인 17일 늦은 오후 서울에서 만난 개인택시 기사 이모씨는 “운행은 안 할 예정”이라면서도 “시위는 갈지 말지 못 정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카풀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개인택시는 영업에 타격을 입는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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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산업 종사자들이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이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18일 만난 또 다른 택시 기사는 “영업을 하루 쉬면 그만큼 수입이 준다”면서 “카풀 서비스가 출시되면 그 쪽으로 움직이는 기사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이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갈등으로 승차공유 서비스 확산은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해 서울시와 국토부가 24시간으로 카풀 서비스를 확대한 '풀러스'를 고발한 후 지지부진하던 논란이 정점을 맞는 모양새다.

박준상 국토교통부 택시산업팀장은 “택시업계가 시위를 마친 만큼 비대위를 통해 공론화 테이블에 앉겠다면 내일이라도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그동안 택시업계 규제를 풀며 승차공유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왔다. 이 안에는 카풀 서비스 전업금지, 하루 2회 제한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포함됐다. 박 팀장은 “수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화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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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산업 종사자들이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이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택시업계가 전면전을 선언하며 갈등 공론화가 빨라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 측이 합의해야 할 쟁점도 구체화됐다.

승차공유 스타트업 관계자는 “택시가 전면 파업에 나서더라도 참가율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어 이용자 불편은 크게 없다는 것이 이번 광화문 시위로 증명됐다”면서 “여론도 기존 택시 업계보다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서비스에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쟁점은 시간이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 한 해 승용차 유상운송 즉 카풀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문제는 출퇴근 시간의 해석이 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박준상 국토부 택시산업팀장은 “일단 카카오 카풀도 서비스 형태를 봐야 불법과 합법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인 출퇴근 시간을 넘어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면 불법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통상적인 출퇴근 시간에만 제공하면 막을 명분이 없다.

우리나라 전체 출퇴근 시간이 명확치 않다는 것은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 국토부가 최근 통근 시간대를 조사한 결과 오전 7∼9시와 오후 6∼8시 비중은 25%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가 카풀 서비스 '하루 2회 제한'을 검토한 배경이다.

지금까지 국회는 사태 해결에 미온적이다. 10월 현재 국회에는 △카풀 허용 시간을 명확히 제한하거나(문진국 의원 대표발의) △카풀 애플리케이션(앱) 업체의 자가용 유상 운송 알선 행위를 금지하고(이찬열 의원 대표발의)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유상으로 함께 타는 경우를 금지 사항에 포함하는(황주홍 의원 대표발의) 세 건의 카풀 제한 법률이 계류돼 있다. 문진국 의원은 전국택시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이다. 문 의원은 18일 시위에도 동참했다.

택시 4개 단체 비상대책위원회는 국회에 계류된 일명 카풀 금지 법안 통과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국회 관계자는 “여론이 택시업계에 비우호적이고 법안 자체가 혁신성을 후퇴시키는 내용이기 때문에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21일 택시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카카오 카풀' 대응과 관련해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거스를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일자리 문제는 생명과 같다”면서 “사회안전망을 확실히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카풀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택시업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단계적 도입 등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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