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에 어릴 적 친구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를 창업한 억만장자 폴 앨런이 15일(현지시간) 암으로 별세했다고 AP통신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향년 65세.
앨런의 회사인 벌컨은 이날 그의 별세 사실을 확인했다. 앨런은 지난 2009년 암 치료를 받았던 림프종이 최근 재발했다고 이달 초 밝힌 바 있다.
앨런의 누이는 "많은 사람이 그를 기술자이자 자선가로 기억하고 있지만, 우리에겐 더 없이 사랑받는 형제이자 특별한 친구였다"고 말했다.
앨런과 게이츠는 1975년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980년 당시 세계 최대 컴퓨터 회사인 IBM이 퍼스널 컴퓨터의 운영체제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를 채택하면서 세계 최대 컴퓨터 운영체제 회사가 됐다.
시애틀 출신인 앨런과 게이츠는 대다수 컴퓨터 사용자들이 윈도를 운영체제로 선택하면서 일약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앨런과 게이츠는 시애틀 북부의 한 사립학교에 다니면서 알게 됐다.
게이츠는 동부 하버드대학, 앨런은 서부 명문인 워싱턴주 워싱턴대학에 가면서 헤어졌지만 둘 다 대학을 중퇴하면서 컴퓨터 사업에서 의기투합했다.
하버드대를 중퇴한 게이츠는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로 불렸던 앨런의 스타트업에 합류했다. 앨런도 워싱턴대를 중도에 그만둔 터였다.
둘은 처음에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회사를 세웠다. 첫 제품은 알테어 호비키트 퍼스널 컴퓨터를 위한 PC 프로그래밍 언어였다.
프로그램 언어 사업으로 성공한 게이츠와 앨런은 자신들의 고향인 시애틀 인근 벨뷰에서 본격적으로 컴퓨터 사업을 꽃 피웠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싹이 움튼 것도 당시였다.
게이츠와 앨런은 IBM의 운영체제 주문을 받고 나서 Q도스를 또 다른 프로그래머인 팀 패터슨에게서 5만달러를 주고 매입했다. 도스(DOS)로 이름붙여진 유명한 초창기 컴퓨터 운영체제를 내놨다.
도스는 IBM PC의 핵심이 됐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침내 세계 PC 산업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와 MS 워드는 1983년에 세상에 나왔고 1991년 MS 윈도의 세계 PC 시장 점유율은 93%가 됐다.
앨런은 1983년까지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겸 연구개발·신제품 책임자로 일했다. 하지만 그해 처음 암이 발견되면서 회사를 떠났다.
이후 1986년 누이 조디와 함께 투자회사 벌컨을 세웠다. 앨런은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을 친구인 게이츠에게 완전히 맡긴 뒤 벌킨을 통해 기술, 미디어, 과학탐구,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벌였다.
앨런은 마이크로소프트로 축적한 엄청난 부를 이용해 자선사업과 연구개발, 스포츠 구단 운영 등에서도 족적을 남겼다. 그는 뇌과학 연구를 위한 앨런연구소를 만들었고 인공지능(AI) 연구에도 힘을 쏟았다. 평생 교육과 야생보호, 환경보존, 예술진흥을 위해 20억달러 넘는 재원을 지원했다.
광적인 스포츠 팬인 그는 미국프로농구(NBA) 명문구단인 포틀랜드 블레이저스의 구단주로 팀을 운영했다. 미국프로풋볼(NFL) 시애틀 씨호크스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30대에 NBA 구단주가 된 뒤 "꿈이 실현됐다"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앨런은 올해 8월 기준으로도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포함해 202억 달러(약 22조8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세계 100위 이내 부호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