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뢰유전자분석(DTC) 규제 개선 논의가 전면 중단됐다. 의료-산업계가 진통 끝에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가로막혀 추진 일정이 불투명하다. 정부는 위원회 설득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시범사업 추진 일정조차 사실상 무기한 연기돼 산업계 속이 타들어간다.
10일 정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 보건복지부는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국생위) 민간위원을 대상으로 DTC 개념과 규제 개선안을 설명했다. 이번을 시작으로 매달 1~2회씩 설명회 자리를 만들어 규제 개선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DTC는 개인이 병원을 통하지 않고 전문기업에 직접 의뢰해 유전자를 검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초 병원을 통해서만 가능했지만 2016년 6월 법 개정으로 혈당, 혈압, 피부노화 등 12개 검사항목 46개 유전자에 대한 민간 유전자 검사가 허용됐다. 업계는 수요가 높은 질병 예방, 관리도 DTC 허용이 필요하다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작년 말부터 의료, 산업계, 학계로 구성된 DTC 협의체를 구성, 11차례 논의 끝에 제도 개선안을 도출했다.
개선안은 종전 12개 검사항목을 웰니스 전체로 확대, 150여개까지 늘리는 게 핵심이다. 검사항목에 대한 유전자를 제한하지 않는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했다. 4월 공청회를 거쳐 국생위 심의만 통과하면 하반기 시범사업 추진, 내년 본격 적용이 예상됐다.
8월 국생위 심의에서 개선안 통과가 유보됐다. 국생위 위원 구성이 한 달도 채 안된 상황에서 판단이 어렵다는 이유다. 충분한 판단 정보를 얻은 시점에서 논의를 재개한다. 복지부는 빠른 통과를 위해 한 달에 1~2번씩 설명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지만 논의 재개 시점은 예상하기 어렵다.
안건 논의 유보는 예상됐다. 복지부는 당초 5월 국생위 심의를 거치고 6월부터 개정안 처리, 시범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5기 국생위가 6월 구성된 데다 전문위원은 8월이 다돼서야 완료됐다. 애당초 심도 있는 논의가 어려웠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생위 내 민간위원이 첨예한 이해관계가 있고 전문적인 내용이다 보니 충분히 설명을 듣고 판단하는 것을 원한다”면서 “이달 초를 시작으로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인데, 언제 완료될지는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생위 심의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황에서 국회 개정안 처리도 불투명하다.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 예상했던 시범사업도 올스톱이다. 시범사업은 DTC 기업 인증제 설계, 인증기관 지정 등 시범사업 준비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결과를 분석한 본사업은 내년 말이나 내 후년을 기약할 가능성도 있다.
유전체 분석 업계는 수차례 연기되는 규제 개선 움직임에 속이 탄다. 2016년 첫 규제 완화 이후 자회사 설립, 서비스 개발, 마케팅 등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회수는커녕 적자만 늘었다. 정밀의료 핵심인 유전체 분석 역량 확보에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도 나온다.
유전체 분석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올 초 의료계와 산업계가 합의한 내용을 연내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또 미뤄지게 됐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바이오헬스 분야 규제 개선을 외치고 있지만 실질 성과는 미미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